광개토왕릉비 영락10년조에 나타난 고구려의 군사 활동과 외교관계 = Military Activities and Diplomatic Relations of Goguryeo in YeongNak 10th Year Article of King Gwanggaeto’s Royal Tomb Monument

국문 초록 (Abstract)

영락10년조에 대해 논쟁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비문 판독에 있다. 별고를 통해 비문을 재판독하여 10자를 새롭게 판독하고 소수설의 자형을 확인한 다음, 비문을 재검토했다.
‘안라인수병’은 “신라인 수병을 안치했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라인수병’을 ‘안라인의 수병’으로 보는 고유명사설은 성립하기 어렵다. 또 ‘안라인수병’의 존재를 통해 임나일본부설을 논증하거나 가야 지역에대한 왜의 영향력을 강조하려는 견해도 성립할 수 없다. 영락10년조는 최소 5개 단락으로 구분되는데, 비문 해석을 통해 다음 사항을 파악했다.
고구려의 전투 대상으로는 왜적과 백잔(백제)만 확인되고, 가야 諸國이 행위의 주체로 기술된 문장은 없다. 각 단락에서 주요 행위의 주체는 고구려군으로 상정되어 있고, 신라인은 고구려군에 의해 수비병으로안치되는 피동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심지어 신라 도성의 복구도 고구려가 주도했고, 도성 수비대도고구려가 안치한 것으로 묘사했다.
고구려가 영락10년의 구원전을 통해 신라의 정치적 중심부인 도성을 점령했고, 도성 수비대에 대한 군사 지휘권까지 장악했다는 것이다. 실제 영락10년 이후에도 고구려군이 신라에 주둔하고, 왕위 계승까지좌우하는 등 신라의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고구려가 사실상 신라를 예속국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고구려는 신라와 예속적인 외교관계를 확립했는데, 영락10년조 말미의 ‘聆事’는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표현이다.
능비 찬자는 주변국이 고구려 중심의 천하질서에 소속되었다는 뜻에서 ‘속민’이라 일컫고, 소속의 징표로‘조공’을 했다고 기술했다. 속민과 조공은 고구려 중심의 천하질서를 상정하기 위한 개념으로 그 자체가 강력한 지배·예속관계를 뜻하지는 않는다. 주변국에 대한 강력한 지배·예속관계는 군사 활동을 통해 확립했는데, 영락10년 구원전 이후 신라왕이 직접 와서 고구려왕의 명을 듣는 ‘영사’ 행위를 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주변국 왕의 ‘영사’ 행위는 고구려 중심의 지배·예속적인 외교관계 확립의 중요한 수단이자 징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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