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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정치에서 정체성의 관리로: 조선학교의 민족교육과 재일코리안의 정체성 = From Identity Politics to Identity Management: The Ethnic Education of the Chosˇon Hakkyo and the Identities of Zainichi-Kor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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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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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조선학교 현장을 통해서 현대 일본 사회를 살아가는 재일코리안의 정체성 문제와 그 해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고자 한다.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식민지 지배의 기억은 재일코리안의 일상생활을 후기식민주의적 억압의 경험으로 이끌며, 이것은 다시 재일코리안의 정체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재일코리안의 민족교육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고 스스로 긍정적 자아 정체감 확보를 위해 기능해왔다. 그러나 정체성의 정치로서 재일 코리안의 민족교육은 재일코리안 내부의 다양성과 소수자를 포섭할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하지 못했고, 결국 일본 내 다문화 상황의 전개 속에서 재일코리안의 민족교육은 새로운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조선학교 (조총련이 운영하는 민족학교)는 여전히 강경한 민족주의에 기대어 민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국에서 60개가 넘는 학교를 보유한 일본에서 가장 큰 외국인학교 조직이며, 대학을 설치해서 스스로 교사를 재생산 할 수 있는 능력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디아스포라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조선학교의 민족교육은, ‘민족’을 본질주의적으로, 혹은 억압적으로 가르친다는 면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다민족화가 진행중인 일본 사회 속에서 순수한 ‘민족’과 이상향으로서의 ‘조국’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단지 수사법상의 표현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대한 공동체주의적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이처럼 독특한 교육실천을 하고 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접근이 제한된 조선학교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서 조선학교의 교육실천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심층적인 참여관찰을 통해서, 이 연구는 표면적으로는 매우 딱딱하고 억압적으로 보이는 조선학교의 교육과정과 실천이 사실은 매우 유연하다는 점을 보일 것이다. 또한 조선학교의 민족교육이 만들어내는 두 개의 언어에 의한 이중적 현실 인식이 만들어내는 이율배반의 공존구조는 본질주의적 민족담론에 숨겨져 있는 아이덴티티의 강박을 우회할 수 있는 ‘비상구’를 제공한다는 점을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조선학교의 민족교육 실천과 그 문화가, 정체성의 정치에 노정된 공동체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본질주의의 ‘숭고함’을 넘어서 다면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그 교육의 수혜자들에게 주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논증할 것이다. 조선학교에서 발견되는 정체성 관리의 능력은, 결과적으로 재일 코리안들에게, 이질적인 존재에 대하여 배타적이며 식민주의의 기억과 일상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일본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실질적인 힘이 된다.
더보기For their historical background, the life of Zainichi-Koreans (Koreans in Japan) is filled with a routine experience of postcolonial oppression. This situation places them in an identity crisis. As identity politics, their ethnic education functioned as a means to cope with this. However, the obsession with identity implied in their identity politics did not address the diversity and the existence of minorities within the Zainichi-Korean community itself, so it has led to a predicament in their ethnic education. Even in this situation, the Choson Hakkyo (Korean ethnic school run by ‘Chongryon,’ an ethnic organization affiliated to North Korea) seems like it still carries out ethnic education based on hard-line nationalism. The Choson Hakkyo is the largest foreign school organization in Japan, with over 60 schools nationwide; it has the ability and the culture to reproduce its own teachers to staff the schools. In this study I show a new understanding of the ethnic education provided by the Choson Hakkyo based on my anthropological research. Superficially, the educational curriculum and practice of the Choson Hakkyo seems like a very repressive one, but in fact, it is very flexible. The ethnic education provided by the Choson Hakkyo seems to be outdated in that it teaches the “Minzok (nation)” ideal in a repressive manner. In other words, by emphasizing the pure “Minzok” existing within the Japanese society, which is already in the process of becoming multiethnic, this pedagogy can act as a suppression of communitarianism toward the individual. However, the recognition of the dual reality and self are evidenced by the dual language practice generated in the everyday life of the ethnic education of Choson Hakkyo, making it possible to avoid the obsession with identity politics. Furthermore, it eventually overcomes the limitations of the communitarianism devoted to identity politics. The ethnic education of the Choson Hakkyo gives the beneficiaries of that education the ability to manage their own identity in a multifaceted situation beyond the “sublime ideology” of essentialism, and this ability becomes a substantial power for living in the ethnically exclusive Japanese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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