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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평양 출신 여성화가 함인숙의 遺作 - 최미리 기증 2건의 6폭병풍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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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19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등재정보
KCI등재후보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247-265(19쪽)
비고
학회 요청에 의해 무료로 제공
제공처
소장기관
2018년 1월 덕성여자대학교 崔美利 교수가 한국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제작된 미공개 서화 병풍 17건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병풍들은 최교수의 시어머니 고 宋今璇과 부군 고 朴元國 이사장이 수집하였으나 수집 시기와 연유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본고에서는 이 병풍 중 한국 근대기 주요 화가인 楊基薰(1843~1911), 金應元(1855~1921), 金圭鎭(1868~1933), 尹永基(1833~1927 이후), 咸仁淑(?~1921 이후), 俞鎭贊(1866~1947) 등의 그림들로 이루어진 6폭병풍 2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병풍을 이루는 12점의 그림들은 재질과 크기가 거의 비슷하며 병풍 장황은 20세기 전반기 방식을 따르고 있다. 첫 번째 〈山水花卉翖毛圖 6폭 병풍〉(소장품 번호 증9362)은 제1폭 維谷필 산수도, 제2폭 윤영기필 석란도, 제3폭 양기훈필 파초도, 제4폭 함인숙필 풍죽도, 제5폭 井厓釣客甕筆 노안도, 제6폭 유진찬필 묵매도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山卉翖毛圖 6폭병풍〉(소장품 번호 증9363)은 제1폭과 제3폭에 김규진필 풍죽도, 제2폭에 김응원필 묵란도, 제4폭에 양기훈필 노해도, 제5폭에 함인숙필 노안도, 제6폭에 유진찬필 묵매도가 있다. 두 병풍에는 평양 출신 화가 양기훈, 평양 출신 기생화가 함인숙, 관료 출신 문인화가 유진찬의 그림이 모두 있으며, 마지막 폭에 유진찬의 묵매도가 배치된 점이 공통적이다.
이 병풍들은 산수, 난초, 대나무, 괴석, 기러기 등 다양한 화목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9세기 말부터 장승업, 양기훈 등의 화가들이 雜畫屛을 제작하는 유행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명의 화가가 다른 화목의 그림을 그리는, 일반적인 잡화병과는 달리 이 두 병풍은 각기 다른 화가들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견 合作圖로 제작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화가의 활동시기와 그림의 제작 시기가 다르므로 특정 의도가 있는 합작도는 아니다. 그러나 윤영기, 양기훈, 김규진, 함인숙은 모두 평양 출신이며, 윤영기와 함인숙, 김규진과 함인숙은 스승과 제자 관계라는 점에서 화가들 간의 친분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또한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井厓釣客甕이 함인숙을 만나 노안도를 선호하는 인연을 기념하고자 그린 노안도가 두 번째 병풍에 있어서 화가들 간의 관련성이 그림을 모으고 병풍으로 제작한 동기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근대회화사 연구에서 이 두 병풍이 지니는 의의는 무엇보다도 1910년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미모의 기생화가로 소량의 노안도, 묵란도, 묵죽도를 남긴 함인숙의 가족 및 사승 관계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첫 번째 병풍의 윤영기필 묵란도 제발문에서 그녀의 부친이 평양의 노시인 춘재 함일섭이며, 그녀가 윤영기에게서 대원군 화풍의 난초를 익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윤영기는 평양에 서화교육기관인 기성서화회를 설립하고 기생 화가를 가르쳤는데, 함인숙도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녀는 1916년부터 서울로 가서 해강서화연구회에서 김규진으로부터 그림을 배웠는데, 그녀와 김규진의 사승관계를 첫 번째 병풍의 함인숙필 풍죽도와 두 번째 병풍의 김규진필 풍죽도의 유사성에서 간취할 수 있다. 또한 그녀는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와 가정박람회에서 ‘노안도’로 명성을 얻었는데, 두 번째 병풍에 있는 그녀의 노안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상단에 있는 기러기는 머리를 땅으로 향하는 수직으로 내려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다른 노안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한 모습이고 먹을 다루는 능숙함이 매우 탁월하다. 또한 井厓釣客甕의 노안도 제발문에서 명월관에서 함인숙을 만났음을 밝히고 있어 당시 명월관에서 이루어진 기생 화가에 대한 그림 주문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두 병풍은 1894년 갑오개혁으로 도화서가 폐지되면서 양기훈과 같이 평양에서 활동하던 화가들이 서울에서 활동하게 되고, 도화서를 대체하는 교육기관이 평양에서도 설립되어 교육받은 여성 화가들이 서울로 진출하고, 1908년 관기 제도가 폐지되면서 기생의 활동이 대중화되는 등 근대기 서화계 변화 양상을 반영한다는 데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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