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의 미학 : 그 기원과 개념사 연구 = Die A¨sthetik des Erhabenen : Der Ursprung und die Begriffsgeschichte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강대학교 대학원, 2000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서강대학교 대학원 , 독어독문학과 독문학전공 , 2001. 2
발행연도
2000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KDC
750 판사항(4)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145p. ; 26cm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p. 142-145
소장기관
미학은 문자 그대로 미, 즉 아름다움에 관한 이론적 학문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미학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산물로서 철학사에 있어 가장 최근에 생성된 분과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와 예술에 관한 이론은 이미 고대부터 있어 왔으며 따라서 고대의 미학, 중세의 미학, 혹은 근대 초기의 미학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부당한 일이 아니다.
19세기 이래로 미학은 특히 예술미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으로서 정의되어 왔다. 미학을 창시하고 그에 이름을 부여한 바움가르텐은 원래 이 학문을 '감성적 지각에 관한 학문'이라고 하는 보다 폭넓은, 그리고 오늘날의 입장에서 볼 때 보다 정당한 정의를 내린 바 있지만 그도 또한 미를 예술과 미학의 근본범주로 여기고 있었다. 고대 이래로 서양사상은, 미의 본질은 조화롭고 균형잡힌 형식에 있으며 예술에 있어서의 미적 체험이란 그러한 형식을 순수하게 관조하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여 왔다. 예술과 미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대칭과 비례를 미의 척도로 삼고 있는 고대의 조형예술을 실제적인 모범으로 하고 있으며, 음악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세계의 본질을 수학적 비례관계로서 이해하였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사상에 이론적 기원을 두고 있다. 결국 이러한 미학적 관점은 사물에 대한 공간적 지각방식과 로고스적 사고방식을 그 토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태도의 바탕에는 세계를 조화와 통일로서 파악하는 코스모스적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세계관과 미학관은 특히 고전주의 예술이론에서 지배적인 사고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예술체험에는 조화로운 형식에 대한 관조와는 전혀 다르고 로고스적 사고방식에 의해서는 결코 완전히 설명될 수 없는 또 하나의 - 아마도 보다 중요한 - 경향이 존재한다. 어떤 예술, 특히 극예술과 같은 문학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순수한 관조라기보다는 작중인물과 더불어 울고, 웃고, 절망하고 기뻐하는 강렬한 직접적 체험이다.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 인간이 체험하는 것은 일상의 논리에 의해 억압되어 있던 감성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문학적 체험은 공간적 지각과 로고스적 관조가 아니라 시간적 흐름과 파토스의 분출로서 나타난다. 위대한 문학작품이 독자와 관객을 감동케 하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뒤흔들어 일상적 논리를 파괴하는 그것의 압도적 힘에 있다. 여기에서 인간은 공포와 전율, 기쁨과 환희를 동시에 체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카타르시스라는 개념으로 지칭되고 있는 비극의 효과는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비극이 그려내는 것은 인간실존이 지니는 근원적 한계, 그리고 인간을 그러한 한계에 봉착하게 하는 현실세계의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은 세계의 본질을 코스모스적인 것이 아닌 카오스적인 것으로서 드러낸다. 비극의 심오한 비밀은 그러한 모순에 대한 고통스러운 체험을 통해 오히려 실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적 환희에 도달하게 된다는 역설에 있다. 결국 문학적 예술체험에는, 모순과 역설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배척하는 로고스적 진리관과는 달리 그것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또 다른 진리관이 내재되어 있다. 평화로운 관조가 아닌 압도적 감동을 체험의 본질로 하고 모순과 역설을 인식의 토대로 하는 이러한 미학적 현상은 고대 이래로 '숭고'의 개념을 통해 정의되어 왔다.
이처럼 서로 이질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미와 숭고의 범주는 그 기원에 있어서도 전혀 다른 출발점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의 일반적인 사고방식과는 달리 고대인들은 문학을 예술의 한 장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에 가까운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고대에 있어 예술가는 일종의 기능인이었으며 그들이 생산해내는 작품은 이 기능인들이 습득한 후천적 지식과 합리적 고려에 의한 제작의 산물로서 이해되었다. 반면에 시인의 언어인 시어는 인간적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신들로부터 직접 유래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에 따라 고대의 시인들에게는 신들의 언어를 전달하는 신관이나 예언자의 지위가 부여되었고 그들이 토해내는 시어는 신적인 예언, 즉 신탁과 같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고대인들에게 있어 시인이나 직업적 음송가들에 의해 즉흥적으로 낭송되는 방식으로 행해진 문학적 생산과 전달은 합리적 제작과정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그들은 시인들의 언어를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적인 영감의 소산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청중들이 그 낭송을 통해 비탄과 환희를 오가는 깊은 감동의 체험에 이르게 되는 것도 역시 신적인 힘의 작용으로 이해하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문학적 낭송에서 느끼게 되는 그러한 고양의 체험을 숭고라고 불렀다. 따라서 숭고의 미학적 이념은 종교적, 철학적으로는 '탈아'의 개념, 생산미학적 측면에 있어서는 '영감설' 그리고 영향미학적 측면에서는 '카타르시스'의 개념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근대 이래의 미학에 있어서도 작품의 형식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작품미학은 주로 미의 범주에 근거하고 있는 반면에 합리적으로는 완전히 설명될 수 없는 예술의 생산과 영향미학적 측면은 숭고의 범주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근대의 생산미학을 지배한 이른바 천재미학은 그 기원을 숭고의 개념적 전통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고도의 도시문화가 성립된 소피스트시대에 와서 소박한 고대 호머시대 이래의 문학적 영감설은 점차로 그 힘을 잃게 되었다. 특히 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로서의 논변술과 수사학을 가르치는 일에 생계를 의존하였던 소피스트들은 일종의 언어구사인 문학 역시도 후천적 습득과 이성적 접근이 가능한 기술로 간주하였다. 플라톤은 이들 소피스트들에 반대하여 고대 이래의 영감설을 옹호하는 철학적 논변을 전개함으로써 숭고의 전통에 철학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플라톤의 미학에는 조형예술과 피타고라스 학파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미의 이념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플라톤은 그의 대화편의 여러 곳에서 미학적 언급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하나의 체계적 이론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그의 미학적 언급은 후대에 다양한 해석과 논란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의 미학적 견해들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때로는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데 이는 주로 그의 미학이 숭고와 미라고 하는 두 이질적 전통을 함께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플라톤에 의해 계승된 영감설의 전통과 소피스트 이래의 수사학적 전통에 대한 하나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본래적으로 타고난 천품과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기예 모두를 문학의 두 원천으로서 인정하였다. 물론 여기에서 천품의 개념은 고대로부터 플라톤에로 이어져 온 영감설을 합리주의적으로 변용하여 계승한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여 주듯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는 합리주의적인 수사학적 측면이 단연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대 후기에 와서는 또한 조형예술의 창작에도 영감의 측면이 작용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천품과 기예는 문학뿐만 아니라 예술 일반의 생산미학적 원리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고대와 근대를 막론하고 시학사의 주도권은 수사학적 전통에 있었고 미학의 중심범주는 거의 항상 미의 이념이었다. 다른 모든 문학적, 예술적 이념들은 수사학과 미 중심의 이론체계에 편입되었다. 숭고의 이념은 이러한 지배적 경향에 때로 균열을 일으킨 유일한 미학적 범주라고 할 수 있다. 숭고에 관한 고대의 문헌 중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논서인 롱기누스의 [숭고론]은 그 구체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플라톤에 의거하여 수사학적 기예보다는 본래적인 고귀한 정신이 문학적 생산과 영향에 있어 더욱 본질적인 요소임을 강조하고 그러한 정신의 원천을 숭고의 개념을 통해 논술하고 있다. 고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논서는 근대 초기에 재발견되어 그 이후의 시학과 미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데카르트적 이성을 사유의 모범으로 삼았던 근대 초기의 철학에 있어 미학은 당연히 미를 중심범주로 하는 단일체계를 지향하였다. 롱기누스를 통해 근대에 전해진 숭고의 이념 역시도 비록 미의 최고의 단계로 추앙되기는 했지만 미의 하위범주로서 그 단일체계에 편입되었다. 당시의 예술가와 이론가들이 숭고의 개념에 주목하였던 것은 예술체험에 있어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압도적인 감동의 힘이 이 이념과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통해 로고스만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인간 영혼의 또 다른 측면, 즉 파토스와 추한 것, 그로테스크한 것, 익살과 신랄한 풍자 등, 미의 개념을 통해서는 설명될 수 없는 예술적 현상들이 합리주의 미학과 시학체계에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합리주의 미학은 외적으로는 단일한 체계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미와 숭고의 두 범주에 의거한 이중의 미학이라는 모순을 드러내게 된다. 이는 근대 초기의 프랑스 합리주의 시학을 대표하는 브왈로의 경우에서 명백히 확인된다. 한편으로 데카르트철학을 신봉하는 합리주의자이면서 또 한편으로 근대에 롱기누스를 널리 알린 장본인인 브왈로는 자연과 예술과 진리가 이성이라는 동일한 기반 위에 서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합리주의적 미학체계를 추구하면서도 예술에는 이성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함을 인정한 바 있다.
롱기누스의 숭고 개념은 영국에 수용되면서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미학체계를 낳게 되었다. 연역적 합리성보다는 경험적 관찰에 의한 귀납적 방법을 중요시하는 영국의 정신적 전통은 미의 이념과는 전혀 다른 숭고 체험의 이질성에 주목하였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숭고의 이념은 근대미학사에서 처음으로 미와는 전혀 별개이면서도 그와 대등한 미학적 범주로서 그 독자성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이러한 입장을 전개하여 미학과 숭고의 개념사에 크게 공헌한 대표적 인물로서 에드먼드 버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순수한 경험주의적 미학은 숭고의 체험을 오직 외적 현상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의 본능에 환원시킴으로써 프랑스의 숭고 개념이 강조하였던 인간 의지의 능동적 측면이 무시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
각각 한계를 지니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의 숭고에 대한 이해를 종합하는 일은 변증법적 사고방식을 그 특징으로 하는 독일 철학, 특히 칸트에 의해 이루어 졌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의 인식론을 변증법적으로 지양한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두 나라의 미학과 숭고 개념을 종합하였다. 즉, 그는 한편으로 버크의 입장을 받아들여 미와 숭고를 별개의 범주로 취급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숭고에서 능동적인 실천이성, 즉 의지적 측면을 발견함으로써 프랑스와 영국 철학이 각각 지니고 있는 단점을 지양하고 장점을 종합하고 있다.
칸트의 미학, 특히 그의 숭고의 이념은 쉴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쉴러의 미학적 저술에서 [숭고론]은 물론이고 그밖에 [격정성에 대하여], [우미와 존엄], [소박문학과 감상문학] 등은 칸트의 숭고 개념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칸트의 미학사상을 통해서만 올바른 접근이 가능하다.
칸트와 쉴러에게서 그 절정에 도달하였던 숭고의 이념은 그 후 오랫동안 거의 망각의 늪에 묻히고 말았다. 이는 무엇보다도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실증주의적 태도가 그리고 가치의 측면에서는 경제적 유용성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문화의 일반적 경향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숭고 의 본질은 일상적 현실의 논리가 파괴되는 고통과 그와 더불어 솟아오르는 해방의 환희가 하나로 결합된 강렬한 파토스의 체험에 있다. 그러나 현실의 논리가 인간의 외적 생활은 물론 그 내면까지도 통제하는 오늘날의 이른바 '관리되는 사회'에 있어 그러한 강렬한 파토스의 체험은 낯선 것이 되어 버렸다. 또한 과학적 객관성을 참된 인식의 유일한 척도로서 간주하는 현대의 실증주의적 사고방식에게 고대의 경우처럼 신적인 의지나, 혹은 칸트에게서처럼, 초월적 이념과 관계하는 주관적 의지의 작용으로 이해되어 온 숭고의 이념은 인정받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이 점에서 19세기 이래의 숭고의 몰락은 어느 정도는 19세기 이래의 형이상학의 몰락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인간과 세계의 존재에 초월적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였던 형이상학의 몰락과 더불어 현실의 부정과 초월적 긍정을 그 본질로 하고 있는 숭고의 이념 역시도 퇴색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의 한 쪽 측면에 불과하다. 전통적 존재이해와 가치질서의 붕괴를 의미하는 형이상학의 몰락과 더불어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도 함께 소멸한 것은 아니며 그것은 이제 그 반대 극단, 즉 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을 뿐이다. 합리적 실증주의가 대답해 주지 못하는 존재의 의미의 문제를, 무를 화두로 하여 계속 모색하고 있는 현대의 이른바 비합리주의 철학에서 인간 실존의 본질은 모순과 부조리, 근심과 불안 등으로 체험된다. 그 구체적 예증을 우리는 키에르케고르 이래의 실존주의나, 허무주의의 도래를 예견한 니체, 그리고 세기말 이래의 문학과 예술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의 그러한 불안과 부조리의 체험은, 형이상학적 이성은 붕괴되었지만 형이상학적 감성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증언해 준다. 이는 동시에 숭고의 이념 역시도 퇴색되어 버린 것이 아니라 전혀 변모된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앞에 주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즉, 공포와 환희가 교차하고 존재의 부정과 긍정이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숭고의 체험에서 후자의 계기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전자의 계기가 보다 두드러지게 된 것이 오늘날 숭고의 이념이 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필자는 '부정적 숭고'라는 개념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이처럼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의 중심이 이성적 사유에서 감성적 체험으로 옮겨짐에 따라 과거에 상대적으로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던 예술과 미학이 오늘날의 문화와 철학에서는 중심적인 분야로서 떠오르고 있다. 예술체험과 예술의 존재론에서 진리의 징표를 찾고자 하는 니체, 아도르노, 가다머 등의 철학은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 이래로 현대 예술은 기존의 질서와 규범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에서 새로운 창조의 동력을 발견해 왔다. 이러한 현대 예술의 특징은 조화와 질서 그리고 이성적 척도와 규범성을 그 토대로 하고 있는 미의 이념을 통해서는 결코 설명될 수 없으며 숭고, 특히 '부정적 숭고'의 개념에 의해 보다 적절하게 이해될 수 있다.
최근에 리오타르가 숭고의 이념을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적 원리로 제시하면서 이 개념이 오랜 망각에서 깨어나 복권과 재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현대 예술과 미학이 처한 이러한 상황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또 한편으로 근대문화의 이성중심주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공격하고 있는 현대 프랑스의 지적 흐름이 미학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결과로서 오늘날 숭고의 개념은 예기치 못했던 커다란 유행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 단지 한 때의 유행에 그치고 말 것인지 아니면 나름의 문화적 성과를 가져올지를 예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성과 미의 이념이 이 더 이상 건전한 사회적 공동체성을 담보해 주지 못하고 다만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방해하는 이데올로기나 아카데미즘으로 전락하였을 때, 숭고는 그에 저항하는 동력으로 기능하여 왔다는 것을 그 개념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날 숭고의 이념을 재활성화하려는 시도는 현대사회의 소외를 근대적 이성에 내재된 맹목성의 결과로서 파악하고 인간 정신의 감성과 의지의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그것을 보완하려는 지난 세기말 이래의 일련의 사상적, 문화적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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