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공정성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2008년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 우리사회에서도 ‘공정성’과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과학기술의 경우 일차적 목표는 ‘진리의 탐구’와 ‘수월성의 추구’로 공평한 기회제공이나 불평등 해소 등 사회전반의 공정성 담론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과학의 공정성 문제를 과학의 규범와 연관지어 살펴보고자 한다. ‘공정한 과학’을 ‘규범이 지켜지는 과학’으로 정의하고 전통적 과학규범이 과학의 상업화와 사회화라른 두 가지 큰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공정성이 어떤 상화에 있는지를 진단하고 보다 공정한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할 것이다. 주요 연구내용 과학이 확증된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과학자 사회 내에서 보편주의, 공유주의, 탈이해관계, 조직화된 회의주의 등 공통의 가치와 규범 및 전통을 공유하기 때문으로 여겨져왔다. 이러한 전통적 규범 하에서 과학의 공정성은 과학의 규범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가에 의존한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새롭게 등장한 과학기술의 흐름은 과학기술을 ‘사회적 실행’으로 간주하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 이후에는 ‘과학의 상업화’가 새로운 가치관으로 등장하였다. 베이돌 법안과 이에 관련된 일련의 조치들은 대학 연구의 흐름을 변화시켰고 정부와 기업, 대학 당국은 과학 지원의 당위성을 경제사회적 기여에서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우리나라도 90년대 말 IMF 위기 이후 기술이전촉진과 산학협력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대학연구의 상업화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과학의 상업화로 인한 전통적 규범의 변화를 이해갈등의 증폭, 과학정보의 자유로운 교환 저해, 불평등의 확대와 연구 다양성의 파괴 등 3가지로 정리하였다. 공유주의와 보편주의, 탈이해관계의 훼손 등 전통적 규범의 약화는 연구부정행위와 이해갈등으로 인한 불공정 사례의 증가 등 과학 내부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의 발달이 사회적 불평등을 오히려 확대하는, 즉 공정사회의 구현을 저해할 우려를 증가시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체제는 매우 짧은 시기에 정부에 의해 집중적으로 육성되었으며 이에 따라 과학기술자 사회의 형성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의 상업화가 정책적 측면이나 사회적 요구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과학의 상업화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본 연구에서 과학의 상업화가 과학자의 규범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과학의 상업화는 특히 최근 10년 사이에 빠르게 규범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전통적 규범의 약화는 과학의 공정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의 상업화 추세와 함께 점차 연구자들이 이해갈등 상황에 놓일 가능성과 이에 따른 공정성 저해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처 노력은 본격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과학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높은데 비해 전통적 규범의 변화가 연구주제의 선택 등 개별 연구자의 수행행태를 바꾸는 수준까지는 아니며 대학 연구에서 여전히 순수 학술적 연구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있음도 발견되었다. 결론 21세기 들어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기존의 관념에 더해, 과학기술이 사회적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많은 이들이 과학기술로부터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자연재해 등의 문제를 예측 및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그와 반대로 과학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기술적 위험이나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각국에서 과학기술 지원의 정당성, 과정의 투명성, 운영의 청렴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세기에 과학기술이 누려온 지적 권위가 이제 지식 자체의 탁월성만으로는 보장받기 어렵게 되었다. 선진 각국의 사회가 여러 과학기술 사건과 논쟁들을 겪으면서 과학기술이 지니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성격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더 이상 과학기술계 내부의 자율적 통제(self-governance)만으로 공공 자금의 지원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로 인해 연구 자체를 위한 연구나, 새로운 프론티어 개척을 위한 연구뿐만 아니라 폭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과학기술 지원의 정당성을 이끌어낼 필요가 증가하며, 과학기술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부터, 운영, 평가, 환류까지 공공자금이 소요되는 모든 과학기술 활동에 대해 고도의 투명성과 공정성 및 청렴성이 요청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미국과 일본 정부는 과학적 진실성 또는 과학적 건전성 문제를 과학기술 활동의 근본적인 규범으로 제도화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에 비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과 경제사회 발전 사이에 심각한 성찰적 문제가 제기되기 보다는, 오히려 양자의 상호적 관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은 편이다. 빠른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기술이 경제사회 발전에 양으로 기여한다는 인식이 높은 반면, 과학기술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이렇듯 선진 각국에서 진행되는 과학기술의 외연 확대와 한국이 이를 이해하는 방식 상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가 복잡해지는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단순히 과거와 같은 ‘지원’과 ‘육성’ 논리만으로는 당연시되기 어려워졌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과학기술이 공공자금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그 지식과 절차가 정책적 결정에 작용하는 경우 및 사회적으로 활용될 때에는 고도의 투명함과 공정함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신뢰받는 과학기술,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과학기술정책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두어야 할 정책적 방안들을 지금 이 시점에서 모색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책제언 과학의 상업화로 인한 전통적 규범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0여 년 동안 과학의 상업화에 의한 규범의 변화가 관찰되고 있었고 동시에 과학의 공정성에 대한 위협도 증가하고 있었다. 이에 과학의 공정성을 높이고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과제로 이해갈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마련, 과학의 공공가치 제고를 위한 공익과학의 추진, 그리고 연구부정행위와 연구비 부정사용 방지, 정책수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의 도입 등 3가지 과제를 제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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