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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치족의 관습: 소위 ‘자발적 죽음’과 내세관
저자
김민수 (한국외국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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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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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12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등재정보
KCI등재후보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217-244(28쪽)
제공처
본 연구는 러시아연방 추코트카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축치족의 ‘자발적 죽음’을 내세관과 연결시켜 고찰한 것이다. 축치족은 ‘자발적 죽음’이라는 관습을 최근까지 유지하고 있다. ‘자발적 죽음’은 나이가 든 남자 노인이나 회복될 가망이 없는 중환자가 아들이나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에게 자신을 창이나 칼로 찔러서 또는 가죽 줄로 목을 졸라 죽이도록 부탁하고, 그런 부탁을 받은 사람은 그 청을 들어줄 의무를 가지게 되는 관습이다.
축치족의 ‘자발적 죽음’은 주요 동기가 노쇠와 질병이라는 점에서 뒤르켐의 이타적 자살과 유사하다. 그러나 자살이 아니라 선택받은 사람의 손에 의해 죽는 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며, 뒤르켐이 제시하는 이타적 자살의 여러 가지 이유도 ‘자발적 죽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자발적 죽음’은 보통 추코트카 반도의 혹심한 추위 등 열악한 자연조건에 의해 발생된 관습, 또는 원시 생산공동체에 널리 퍼져있던 관습, 즉 이동 수렵에 장애가 되는 노인이나 환자를 버리고 떠나는 관습이 사회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원시적 관습의 잔재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는 ‘자발적 죽음’이라는 관습이 21세기 초까지 남아있는 현상이 충분이 설명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의 내세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축치족은 살해의 방법에 의하지 않은 모든 죽음과 병은 악귀 ‘켈르’가 사람의 주된 영혼 또는 해당 장기의 영혼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렇게 ‘켈르’에게 영혼을 빼앗겨 죽은 사람은 ‘켈르’처럼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귀신이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켈르’에게 영혼을 빼앗기기 전에 자발적으로 죽기를 원했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축치족은 조상의 영혼이 자기 집안에 아기로 다시 태어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켈르’에게 영혼을 빼앗겨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 귀신이 되기보다는 ‘자발적 죽음’을 통해 자신의 집안에 다시 환생하기를 원했다. 또한 축치족은 ‘자발적 죽음’으로 죽은 자들은 천상세계로 가며, 그곳에서 가장 좋은 대접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들의 자연조건과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발생한 관습이라고 보는데서 더 나아가, 앞에서 살펴본 축치족의 내세관과 환생에 대한 믿음을 고려할 때, 축치족의 ‘자발적 죽음’은 ‘자발적’인 선택이며, 후손을 위한 ‘자기희생’임과 동시에 ‘환생’ 또는 ‘육신의 갱신’을 향한 극단적인 열망이 반영된 관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주로 자식에게 ‘자발적 죽음’을 보조하는 의무를 지운다는 점은 육신을 받은 자가 육신을 준 자의 육신을 소멸시켜 자신의 혈육으로 다시 태어나게 함으로써 한 집안의 환생 싸이클을 구성한다는 축치족 나름의 독특한 관념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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