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교화와 종교계의 역할
저자
이백철 (경기대학교 법정대학 교정학과)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1998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KDC
37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73-82(10쪽)
제공처
소장기관
1. 교도소의 뿌리는 중세수도원에 있다.
현대 교도소 제도의 뿌리는 중세 수도원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서구 수도원의 창시자에 의해 씌여진 성 베네딕트의 규칙(the Rule of St.Benedict)에서 수도원의 일상생활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현대 교도소 규율의 핵심까지 찾아 볼 수 있다. 성 베네딕트는 이 규칙에서 현대구금시설의 건축양식뿐만 아니라 구금의 핵심이 되는 이론까지 묘사하고 있다. 命名된 용어에서도 그 뿌리를 찾아 볼 수 있는 데, 'cell(감방)이라는 단어는 원래 수도원의 수도사의 방을 부르는 말이었고, penitentiary' (교도소) 역시 중세시대 동안에는 회개하는 집을 일컫는 말이었다. 서기 664년까지에 걸쳐 베네딕트의 규칙이 전 대륙으로 전파되면서 중세 수도원의 건축 역시 그 양식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 건축중심에 회랑(回廊)이 있고 건물이 둘러 쌓인 형태, 현대의 많은 교도소들 역시 건물이 중간의 공간을 둘러쌓은 모양을 하고 있는 등 외관상 참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 교도소와 수도원의 건축양식과 용어에서의 유사점은 두 제도가 갖는 철학적 근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현대 교도소와 수도원은 다같이 닫힌 공간에서 고독과 명상을 통해 자신을 깨달아 올바른 행위에 도달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두 조직은 권위에의 복종 및 재물과 이성관계로부터의 금욕생활이 자신을 깨닫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수도원의 생활은 빈곤, 순결, 복종으로 상징되는데, 이들 또한 현대 교도소에서 요구하는 가치관과 부합된다. 교도소에서도 죄수들의 소지품을 몰수하고, 이성과의 접촉은 금지하며, 시설내의 규범에는 복종하게 한다. 즉, 오늘날의 교도소는 세속적인 수도원으로 볼 수도 있다. (Werner. 1990 : 7-10) 여기서 문제는 교도소에 살고 있는 재소자들은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는 수도자가 아니라 금욕과 빈곤과 복종을 인내하지 못하여 강제적으로 끌려온 방탕아들이라는 데 있다. 그러면 세속적인 수도원, 오늘날의 교도소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적어도 이 관점에서 보면 교도소가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다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관리적 차원의 운영보다는 인간적 종교적 처우가 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2. 교도소는 인간존중과 민주적 관계가 실현되는 장소라야 한다.
범죄율이 높아가고 흉악범죄가 잦아져서 사회분위기가 흉흉해지면 일반인들은 사법기관의 무능을 질타하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주장하게 된다. 그러면 언론과 여론에 밀린 정치권과 사법계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대개의 선진 민주국가의 형태이다. 우리나라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그 전철을 밟고 있음은 물론 사형집행까지 하루에 무더기로 치루는 불필요한 과잉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일반인들이 범법자를 응징하기를 바라는 것은 흉악범죄 자체의 흉폭성, 비도덕성, 불성실한 삶의 생리, TV화면에 비쳐진 식칼, 권총, 마약가루, 피묻은 옷, 부숴진 자동차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흉폭성에 대해 분노하고 응징하려는 데에는 잘못된 것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나 범법자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그들에게는 무의식 세계에 각인된 숨겨진 아픈 상처와 굴욕적 좌절이 있는 경우가 많다. 빈곤, 폭력, 성적 학대에 시달림, 결손가정, 무책임한 부모, 하류계층에 태어난 팔자, 낮은 IQ, ......대개의 경험들은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범법자들에 대한 적개심이나 두려움보다는 우리 자신의 잘 태어남에 감사하는 마음이 안서게 될 수가 있다.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은 단순한 관대함이나 박에심의 발로가 아닌, 복받고 운좋게 태어난 자들이 그 힘겨운 감사함이라는 짐을 더는 것이 될 수 있다. 감사함을 덜고자 할 때에는 그들 인간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과의 관계는 민주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사랑의 조각들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범죄자와 우리간에 맺어진 인간적 교류관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 관계는 상호간이든 일방적이든 신앙에 뿌리를 둔 신과 함께 하며 교류하는 관계라야 한다. 쉽지 않은 교화사업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교화활동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젠 그 신앙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되고 제도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교정활동은 범죄행위에 대한 유죄와 무죄 혹은 선과 악을 가르는 이분법적 사법적 정의보다는 인내심이 요해지는 인간적 정의의 실현이어야 하며. 항상 그 근저에는 신학적 정의가 흐르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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