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세계화`를 둘러싼 정치적ㆍ사회적 각축과정 연구 : 노동시장 유연화와 공공부문 민영화를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서울: 성공회대학교, 2002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성공회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전공 2002년 8월
발행연도
2002
작성언어
한국어
KDC
320.911 판사항(4)
DDC
330.951 판사항(21)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162 p.: 삽도; 26 cm
일반주기명
국내대통령 공통
소장기관
이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주목한다. 탈규제,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개방화 및 자유화 등으로 상징되는 이러한 최근의 변화는 한국에서도 예외없이 관철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거부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상인가? 과연 오늘날의 계급투쟁은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논문에서, 세계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책이라는 현실 속의 객관적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세계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하는 결정론적 사고를 기각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논문에서는 그 동안 좌파진영에서 거론되어 온 반세계화 논리, 즉 세계화를 '자본의 논리'가 관철된 이데올로기로 규정한 입장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 논문은 세계화 정책의 본질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반복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지 않다. 이 논문은 세계화가 계급투쟁을 매개로 전개되는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좌익적(급진적) 입장이 결정론적으로 가는 경향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급진적이면서도 실천적인 분석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세계화 정책 가운데 구체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공공부문의 민영화 정책을 선택한다. 이 정책들은 두 가지 의미에서 유용한 사례이다. 첫째, 유연화와 민영화 정책은 세계화 내지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화'와 동시에 '규제 철폐'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 이들 정책의 추진 시점이 WTO 출범과 IMF 외환위기로 인해 강제되면서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개방화 조치와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민영화와 유연화는 세계화를 상징하는 거의 모든 특징들을 담고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본 연구의 첫 번째 부분에서는 96-97년에서 98년 상반기까지 노동법 개정 과정을 둘러싸고 진행된 지배블록과 민중블록간의 각축과정을 통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굴절되고 유보되며 또 이것이 재실현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먼저 세계화 정책은 하나의 자본프로젝트로서 이것이 동일한 형태로 국가프로젝트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본프로젝트가 국가 프로젝트로 되는 과정에는 매개적 과정이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민중블록과 외국자본 등이 요구해온 재벌개혁, 부동산실명제 등 경제개혁, 기업의 투명화 등을 포함한다. 또한 김영삼 정부는 복지개혁과 교육개혁을 세계화 구상 속에 배치함으로써 자본프로젝트를 국가프로젝트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김영삼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노동기본권 보장과 교환하는 전략을 선호했다. 그러나 재벌을 중심으로 한 자본분파, 경제부처 관료들의 적극적인 영향력 행사로 인해 개혁성은 탈각되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강조되는 지배프로젝트가 구성되었다. 한편 이러한 지배프로젝트는 여당 단독의 노동법 개정이라는 형식으로 관철되면서 노동운동세력의 저항에 직면하였다. 노동운동세력은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적 자원을 동원하면서 '협상과 투쟁'의 전술을 구사하였다. 또한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치적 총파업 투쟁이라는 물리적 자원은 여론 둥 사회적 자원의 취약성을 고려하면서 전개되었다. 그 결과 노동법은 재개정되었고 노동시장 유연화는 유예되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는 노사정위원회라는 새로운 변형과정을 거쳐서 재실현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동기본권은 신장되어 지배블록이 민중블록의 저항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억압정책을 취하지만 민중블록의 요구를 호선(cooptation)하는 방식으로 지배프로젝트를 관철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개된 각축과정을 통해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굴절되고 유보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특히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철도산업과 발전부문의 민영화였다.
IMF 프로그램에 따른 자본프로젝트는 비록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형태로 국가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의 주원인을 제공하였던 재벌에 대한 개혁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자본프로젝트를 국가프로젝트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재벌개혁은 민중블록의 요구이면서 외국 자본의 요구이기도 한 것으로 사회세력들에게 국가 정책의 개혁성을 인식시킴으로써 '실질적 통일성'을 유지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을 관철시키는 데 필요한 조치였다.
한편 김대중 정부의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은 많은 공적자금의 투입을 필요로 했고 실업률증가와 빈곤충의 확대 둥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실업예산을 확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그 핵심은 경기불황으로 세입이 급감하는 반면 금융부문 구조조정 지원 둥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기업에 대한 지출 축소와 매각을 통해 부족한 세입을 보충하기 위해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민영화라는 지배프로젝트는 공공 서비스의 요금 부담 증대, 노동자 고용 불안 등의 이유로 민중블록의 저항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고 민중블록은 국가를 향한 투쟁을 전개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실리주의(경제주의)에 입각한 노동조합의 저항은 무기력했고 이에 반발한 발전노조는 전투적 조합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는 민주노총을 조직적 자원으로 삼으면서 저항하였다. 그리고 철도노조 역시 타협과 협상 전략에서 투쟁 전략으로 변화하였다. 이들간의 연대 파업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유도해냈고,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은 결국 민영화 법안을 유보시키고 추진 일정이 늦춰지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매각철회'로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유보'된 것으로 새로운 변형과정을 거쳐서 재실현될 가능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세계화의 핵심적 정책인 노동시장 유연화와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반대 투쟁은 개별 기업 수준의 관심사가 아닌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법적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었고 단기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장기적인 고용안정에 더 관심을 가졌다. 기본적으로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집단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임금 인상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 아니었고 세계화 정책의 추진 자체가 국가에 의한 기획이었으므로 그에 반발한 저항 역시 국가를 향한 정치적 투쟁이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세계화가 결코 신비롭고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계급투쟁을 매개로 변형되고 굴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화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도전될 수 있는 것들이며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주요어 :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공공부문의 민영화, 자본프로젝트, 지배프로젝트, 국가프로젝트, 지배블록, 민중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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