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현 소설의 시공간 모빌리티와 공존의 에토스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중심으로- = Time-Space Mobility and the Ethos of Coexistence in Han Jung-hyun’s Novel, Girl Celebrity Lee Bona

국문 초록 (Abstract)

이 논문은 한정현의 첫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정현의 작가세계의 출발점이 되는 ‘연결성’의 의미를 모빌리티 이론을 통해 재고해보고자 한 시도에 해당한다.
『소녀 연예인 이보나』는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분단, 군부 독재,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는 광범위한 시공간적 배경을 이야기의 배음으로 한다. 이런 시공간적 배경은 다른시대와 장소에 놓여 있는 존재들을 연결하고 접합시키는 매개로 기능한다. 그러나 서사의 일부를 공유하면서도 각각의 소설들은 일관성과 연속성이 해체된 채느슨하게 연결됨으로써 각 시대와 인물에 행사되는 폭력이 동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소설에 삽입되는 방대한 양의 역사적 기록과 문화적 기억은 다양한 시공간을 분할하고 횡단해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탈주하도록 하는 해방의 기제로작용한다.
또한 한정현 소설의 인물들은 국가와 민족, 젠더와 이념의 경계 위에 있거나정상성과 규범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존재들이지만, 단지 소수자, 희생자, 피해자로 환원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실존을 하나의 기표에 고정하기를 거부하고 ‘변신’을 통해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한정현의 인물들을 ‘사이 존재’라 부를 수 있다. 작가는 인물들의이런 유동적 정체성 혹은 이동하는 정체성을 ‘관광객’으로 표상하는데, 이들은서로를 알아보고 기꺼이 이름을 불러주는 호명 행위에 의해 ‘사이 존재’의 계보를 이어간다.
이를 통해 한정현은 폭력의 역사가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사랑과 낙관으로 통과하며 이뤄낸 것들의 반복이기도 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이처럼 시간의 동시성과 장소의 관계성을 통해 ‘공존’의 개념을 재사유하게 하는한정현 소설은 그 자체로 ‘사이 공간’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Due to the pandemic, an egocentric ethical basis has been widelyrejected, ushering in a general sense of a fully bounded self. Knowingthat we are all related and have no choice but to contact each otherinvolves acknowledging our vulnerability and interdependence.
In this line, Han Junghyun complexly crossed a wide range of timeand space, borders and races, and classes and genders in Girl CelebrityLee bona to confirm that in the end we are all loosely connectedbeings.
Ethos, the etymon of the word ethics in the West, means “place ofresidence” and refers to something shared in a common place. In otherwords, in order for ethics to be established in the community, bondingand an open place to stay together are needed.
Han’s novel can be seen as functioning as a place of “weavingtogether,” where different times and spaces are negotiated and joinedas existence and life move. Therefore, the characters in the novel forma temporary and loose “relationship network” by sharing “commonemotions.” For Han, the identity of that common emotion is“optimism,” and such fluid relationships that are connected whilesharing optimism are called “love.” In the novel, characters form a network of love through interconnections and “being together.”Han J emphasizes that it is not just violence that repeats throughouthistory by crossing history, individuals, time, and space, andconnecting love with love, optimism with optimism. He wanted toprove through his characters that history stained with violence is, onthe one hand, “a repetition of what a human being has achieved bypassing through without giving up his dignity as a human being.”This is probably why Han Jung-hyun’s novel, which spans modernand contemporary Korean history, is now read here and as ou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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