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도성 연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2019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 사학과 , 2019. 2
발행연도
2019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the royal cities of Goguryeo
형태사항
[8], 254 p. : 삽화, 표 ; 30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영하
참고문헌: p. 229-248
UCI식별코드
I804:11040-000000150968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고구려 도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도성이야말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으로서 고구려를 이해할 수 있는 관건일 수 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고구려 도성 연구는 지리적 위치 문제라는 한 가지 주제에만 집착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제 고구려 도성 연구는 주어진 무대로서의 위치를 넘어 사회적 산물로서 공간의 문제로 주제를 넓힐 필요가 있다.
고구려 도성에 관한 연구는 일찍이 지리적 위치에 집중하였다. 고구려 멸망 후 그 위치가 잊혀진 것이 배경이었지만, 고구려를 미발달된 사회로 해석하면서 중국에 종속적인 역사로 파악하려는 식민주의 역사학이 도성 연구를 선점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한국학계는 일본 연구자들과는 다른 위치 비정을 시도하고, 새로운 천도 시점을 제안함으로써 그를 극복하려고 하였다. 다만, 이 와중에 도성은 물리적 ‘장소’일 뿐, 사회적 산물로서 ‘공간’으로 인식될 여지가 없었다. 최근에야 비로소 도성의 공간적 배치 및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도성 공간에 내재하는 권력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공간은 단순히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 전개와 더불어 끊임없이 재생산된 사회적 산물이라는 문제의식의 공유였다. 주제의 확장이자 연구의 심화였다.
단, 한편으로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인간의 삶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산물로서의 공간은 지배층의 권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피지배층의 삶을 통해서도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권력의 공간을 넘어, 삶의 공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삶이 생산과 소비 혹은 신분 같은 경제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들에 의해 유지된다면, 삶의 공간이란 인간과 인간, 공간과 공간의 다양한 관계에 의해 생산된 공간이다. 이로써 공간의 생산, 그리고 생산된 공간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양자의 상호작용까지도 고민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1장에서는 먼저 고구려 도성의 지리적 위치를 비정하였다. 사회적 공간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리적 위치가 확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졸본을 환인의 고려묘자촌으로 비정하였고, 국내 위나암성을 오녀산성, 이때의 국내를 오늘날의 환인현 중심지 일대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사료에 보이지 않는 환인에서 집안으로의 도성 교체는 改都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였다. 삼국지에 따르면, 고구려 왕실은 연노부에서 계루부로 교체되었는데,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태조왕대로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 왕실교체를 중심지의 교체를 수반한 改都로 파악하였다. 결과적으로 고구려의 도성이 환인에서 집안으로 바뀐 것은 천도가 아니라, 왕실교체에 따른 개도였다.
한편, 427년 평양 천도이전에 등장하는 평양에 대해서는 313년의 낙랑 축출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평양은 집안 지역으로, 그 이후의 평양은 현재의 평양 지역으로 비정하였다. 단, 고국원왕 13년(343년)에 등장하는 평양동황성의 위치는 알기 어려웠다. 427년에 천도한 전기 평양성의 위치에 관해서는 기왕에 안학궁설, 청암리토성설, 대성구역 거점설이 제기되었는데, 안학궁설과 청암리토성설은 각각의 한계가 분명하였다. 특히, 고구려 도성의 구조를 산성+평지성으로 파악하려는 강박의 소산이었다. 이에 따라 본 장에서는 전기 평양성에는 평지 성곽이 없을 가능성과 함께 대성구역 거점설에 무게를 실었다.
제2장에서는 고구려 도성의 경관을 분석하였다. 경관은 공간의 시각적 이미지를 의미한다. 공간과 경관은 단지 인간에게 주어진 무대 혹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인간 활동에 의해 생산된 사회적 산물이라는 관점이 바탕이다. 이전에 없었던 경관이 고구려 도성에 하나둘씩 생겨나는 과정을 통해 고구려의 지배 권력이 변천하는 과정을 유추하고자 하였다. 특히, 본 장에서는 권력에 의한 산물에 집중하였다. 우선 권력의 추이에 따른 도성 경관의 형성과정을 검토하였다. 都‘城’이라는 단어에 매몰되면 성곽에 집착하기 쉽지만, 검토 결과 성곽은 都의 조건이 아니었다. 단, 종묘와 궁실만큼은 배타적인 왕권을 상징함으로써, 都가 都일 수 있는 필수조건이었다. 반면, 창고와 뇌옥은 都의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충분조건으로서, 각각 국가재정과 사법권을 상징하는 공권력의 지표일 수 있었고, 태학과 불교사원은 한층 더 배타화된 권력의 지배윤리와 통치이념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다음으로, 지배 권력이 의도적으로 구현한 도성 경관을 통해 얻으려 했던 효과를 검토하였다. 고구려 도성에서 평지 성곽은 군사․방어적 기능 보다는 공간을 신분화하는 기능이 컸고, 평지 성곽의 조영은 고구려 중앙귀족의 형성과 표리관계였다. 이후 대왕의 전제화와 귀족의 관료화라는 권력관계의 변화에 따라 도성 경관 역시 변모할 수밖에 없었고, 평지 성곽은 격자형 가로구획으로 대체되었다. 전기 평양성의 격자형 가로구획은 관료들에게 분급된 택지와 관련이 깊었으므로 관료제의 지표일 수 있었다. 이른바 ‘京’의 등장이었다. 이후 장안성의 조영 시에는 북위 낙양도성의 영향 아래에서 주민통제를 위한 관민의 구분과 방장제가 실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도성 경관의 형성과 변모 과정을 통해 지배 권력의 추이와 변천까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제3장에서는 고구려 ‘도성권’을 설정함과 동시에 도성인의 삶을 상상하고자 하였다. 제2장에서 지배 권력이 생산한 공간을 검토하였다면, 본 장에서는 피지배층의 삶이 어떤 공간을 만들어내는가를 고민하였다. 도성 공간은 지배층의 권력뿐만 아니라 피지배층의 삶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제기된 ‘도성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참고하였다. 이 개념은 자급자족하지 않는 사회로서 도성이 주변 지역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존립하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로써 도성 주민들의 생활과 공간의 관계를 주목하였다.
고구려에서도 4세기에 이르면 도성의 비자급자족성과 외부의존성이 두드러짐에 따라, 도성의 존립을 위해 필수적인 주변 지역 사회와의 관계망을 통해 ‘도성권’을 형성하였다. 이때, 도성 자체의 범위는 행정구역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권으로 파악할 것으로 제안하였다. 즉 ‘도성권’은 도성 생활권과 그 바깥에서 도성의 생산기능을 담당하는 위성취락군으로 구성된다. 집안 지역에서는 집안 분지와 그 동쪽의 하해방을 포함하는 도성 생활권과 그 바깥의 위성취락군으로서 옛 고유명 5부의 범위가 ‘도성권’이었다. 평양 지역에서는 전기 평양성과 장안성을 중심으로 약 20~25km 떨어진 경신리 고분군과 진파리 고분군, 설매리 고분군 등의 위치까지가 도성 생활권이었다. 다만, 그 바깥 위성취락군의 분포는 자료의 한계로 알기 어려웠다.
이상을 통해서 고구려 도성의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도성 공간에서 전개된 지배 권력의 변천과 피지배 주민들의 삶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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