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제: 후기근대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형성과 그 복합성 연구과제: 자아와 사회변동의 해석적 사회학: 후기근대와 전통의 재소환
이 연구는 후기근대 한국사회의 변동에 따른 개인 정체성의 재구성 과정을 근대화와 후기근대화의 압축적 과정을 경험해온 두 세대를 중심으로 비교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여기서 개인의 정체성은 개인과 가족, 역사의 연결지점을 드러내주기에 적합한 라이프코스의 접근법을 사용하여 압축적 근대화의 핵심적 두 집단의 경험을 비교하고자 한다.
그 중 하나는 1955-64년 출생의 베이비붐세대이며, 다른 하나는 그로부터 20년후인 1975년-84년 출생의 청년집단이다. 첫 번째 집단은 60년대 말부터 70년대 말의 권위주의 시절에 학교교육을 받고 80-90년대의 경제적 호황기에 취업활동을 하였으며, 이제 막 공식적인 은퇴연령에 진입한 세대이다. 이에 비해 두 번째 집단은 정치적으로는 87체제하의 민주주의적 교육환경에서 성장했으나 소위 88만원세대라고 불리는 경제적 위기의 세대이다.
이들 두 대조적인 세대들이 각기 학업, 취업, 결혼, 지역사회 참여 등의 삶의 과정 속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들의 경험 속에서 개인화는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전통의 요소는 어떻게 충돌, 재결합하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자아와 사회변동에 대한 해석적 사회학’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자료수집의 방법은 구술사례연구와 문화기술지를 활용하고자 한다. 아울러 성과 계층, 지역을 가로지르면서 전개되는 자아형성의 주요 장(field)으로는 몸, 가족과 친밀성의 영역, 노동세계, 그리고 마을차원의 지역사회와 사이버공간이 포괄될 것이다.
1단계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취업과 결혼, 출산 등 생애의 중요 시기에 경제적․생태적․문화적 위기의 시대에 진입하게 된 현재의 2-30대들을 먼저 다루고자 한다. 1차 년도에는 IMF 이후 항상화되고 있는 경제적인 불안정과 경쟁, 위기의 징후들 속에서 개인의 대응이 개별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당면하게 될 불확실성을 타개할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또한 사회적인 담론에 나타난 2-30대의 자아정체성의 특성을 탐색해봄으로써 2차년도 구술사례 집단의 전형성을 파악할 것이다. 2차와 3차 년도는 서울과 지역의 거주자 중, 성별과 계층을 고려한 40개의 구술생애자료를 수집하고 문화기술지 연구를 토대로 이들의 경험을 분석할 것이다.
2단계 연구에서는 부모세대이자 베이붐 세대인 50대 장년층이 경험한 사회변동의 특성이 이들의 자아정체성 형성에 미쳐 온 영향을 살펴본다. 현재의 장년층은 청년기에 7,80년대의 압축적 근대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세대로서 국가와 계급, 가족, 젠더 등 전통적인 거시적 범주들에 의해 자아정체성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장년기에 접어들면서 마주친 IMF와 이후 지속적인 경제적인 불안정 속에서 탈전통화, 개인화의 경향을 보이면서도, 자식교육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자신의 노후준비를 위한 여력이 불충분한 세대로서 다시 가족 가치의 재소환을 둘러싸고 성별, 세대별 갈등을 경험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과 중소 도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층 중 성별과 계층을 고려하여 생애과정에 대한 구술사례와 문화기술지 수집을 통해 자아정체성의 장들인 몸과 가족, 일터, 지역사회에서 경험하고 있는 탈전통화와 개인화의 욕구, 그리고 한편으로 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해 전통을 재소환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자아정체성의 특성과 모순된 현실을 살펴볼 것이다.
3단계 연구에서는 1단계의 2-30대 세대의 자아정체성에 내재된 후기근대적 특성과 2단계 연구에서 드러난 베이비붐 세대의 근대적 혹은 전통의 재소환이라는 복합적 자아정체성의 특성을 고려한 세대별 비교 분석을 통해 사회환경적 변화 속에서 가족과 일터, 그리고 개인 사이의 강제된 선택에 직면한 개인의 고투는 물론, 그것의 역사성과 지역적 특성 등 자아의 혼종성(hybridity)을 밝히고자 한다. 2차, 3차 년도에는 50여년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변동과 그 안에서 형성되어온 개인화의 경향, 그것에 내포된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 그리고 후기 근대적 자아의 성찰적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이론적 재구성을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후기근대적 사회변동의 맥락에서 개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변화와 위기적 징후들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제약 조건 속에서 개인들이 자아정체성 형성의 장들을 이동하며 경험하는 계층적, 성별, 지역별 차이와 자아의 혼종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대로 후기근대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위기를 통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성찰적 자아의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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