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합정치의 평가와 과제
경기도에서는 연합정치라는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 진행 중이다. 과거 한국에서의 연합정치 시도는 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선거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형태로 추진되어 왔다. 경기도 연합정치는 지방차원에서 보수정당이 주도하고 있으며, 선거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경기도 의회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2개 정당이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도 연합정치는 일종의 극단적인 대연정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경기도 연합정치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만들어진 분점정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제안하고, 도의회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를 수용하면서 시작되었다. 경기도 연합정치는 사회통합부지사직을 야당에 양보하고, 연정실행위원회 등을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연립정부적 성격을 가진다. 또한 경기도 연합정치는 집행부와 도의회 정당들 간의 정책 합의에서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정책연합의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경기도의 연합정치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되었기 때문에 성과와 함께 한계도 있었다.
이 글은 사회통합부지사와 연정실행위원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6년 6월 30일까지를 연정 1기로 구분하고, 연정 1기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연정 2기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 연합정치 1기는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합의문’(이하 연정합의문)과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협약문’(이하 공동협약문)이 채택되면서 공식화되었다. 연정합의문이 연정 주체들 간의 정책적 합의문이라면, 공동협약문은 사회통합부지사에 대한 업무분장을 핵심으로 하는 문서이다. 이 문서들을 기초로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관련 조례도 제정되었다. 연정실행위원회 산하에는 예산을 논의하는 ‘재정전략회의’와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와 추진협의회’ 등이 설치되었다. 또한 연정실행위원회는 20개항의 연정합의문을 기초로 32개의 연정세부사업을 선정하여 추진하였다. 이처럼 경기도 연합정치 1기는 도 집행부와 의회 간의 정치적 논의 틀을 만들고 제한적이지만 제도화에 진전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생활임금 도입 등 야당의 의제를 수용하여 정책화한 부분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특히 경기도 연합정치는 관련된 경험이나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된 것이었기 때문에, 향후 진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상의 평가를 기초로 이 연구에서 도출한 연정 2기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정의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연정 1기에서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면, 연정 2기는 이를 기초로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성과들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연정의 민주성이 보완되어야 한다. 경기 연정은 그 명분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선거로 만들어진 정치구조를 소수 정치 엘리트들의 합의에 의해 변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정당 내부 구성원 및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보완되어야 한다. 셋째, 연정의 제도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연정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제도의 원칙들이 수정되어야 하고, 이는 국민적 동의와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연정이 의회 고유의 기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연정 1기에서는 연정실행위원회와 의회 상임위원회의 역할이 중복되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연정 기구들과 의회의 역할과 책임을 보다 분명히 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사회통합부지사와 연정실행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보다 강화하고 분명히 하여야 한다. 기존 제도속에서는 연정 주체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연정 기구들이 가진 권한은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연정이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정 기구들의 기능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연정의 핵심 주체인 도의회의 정책기능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의회가 집행부와 동등한 정책전문성과 분석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의 연정은 자리와 예산 나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곱째, 지방정부의 자치권 확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자치와 분권은 한국 정치의 핵심적 과제 가운데 하나이며, 경기 연정은 지방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치적 실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정부 및 중앙정치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자치와 분권은 경기 연정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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