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현상학』 "정신" 장에서의 우연성 문제 -회의주의 문화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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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문제는 철학이 체계적 사유의 형식이고자 할 때 근본적인 문제로 등장한다. 불분명하고 파악할 수 없는 것의 이름인 우연은 그 자체로 체계적인 이론의 정합성을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 특히 칸트 이후 피히테와 셸링에게서 이러한 문제는 고양된 형태로 제기되었다. 우연의 문제는 자연철학적으로는 플로티누스의 개별적 이념, 둔스 스코투스의 haecceitas, 유명론적이며 수알레즈적인 essential 이론이 관여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ousia의 개별 사물로의 분화’의 연장선에 있다. 본고에서는 『정신현상학』에서의 우연성의 문제를 ‘우연성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때의 우연이란 ‘개별성(Individualitat)’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개인이 공동체와 직접적인 일치 상태에 있는 인륜적인 삶에서는 문제시 되지 않는다. 개별성의 경험으로서 우연의 문제는 회의주의 문화 - 정신사적으로 헬레니즘 시기 - 에서 본격적으로 주제화된다. 정신 장의 ‘법상태’가 그리고 있는 이 단계의 내적 논리는 자기 의식 장의 회의주의를 검토함으로써 좀더 분명해질 수가 있다. 『정신현상학』에서의 회의주의는 의식의 한 형태로서 상대화됨과 동시에 현상지의 운동을 추동하는 부정의 계기를 갖고 있다. 이러한 회의주의 의식에 대한 규정이 우연성이다. 물론 우연성의 의식으로서 회의주의의 부정은 “규정적 부정”이 아니며, 회의주의는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대상을 만들어내는 “변증법적 경험”의 주체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혼동이 아닌 절망의 의식이 회의주의라고 할 때, 의식이 경험하는 우연성은 『정신현상학』의 이행 과정에 주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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