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이경순의 생애와 시적 지향 연구 = A Study on the Life and Poetic Orientation of Anarchist Lee Kyung-soon

국문 초록 (Abstract)

이경순은 아나키즘 문학에 대한 입장은 물론이고 아나키즘에 대한 사상적 지향과 의지를 명백히 밝혔다는 점에서 아나키즘 문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경순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이경순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학위 논문은 전무하며 몇 편의 학술 논문과 평론 등이 있을 따름이다.
이경순은 전 생애를 아나키즘에 헌신하며 삶과 문학이 동일시되기를 희망했다. 그에게 아나키즘은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세계이며 도달하고 싶은 지향점이었다. 아나키즘을 통해 현실의 비극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기를 꿈꾸었고 부조리와 맞서 싸우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이경순은 재일 한국인 아나키즘 단체 흑우회(黑友會)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국내에 귀국해서는 아나키즘 활동과 관련하여 일제에 검거되어 재판을 받기도 했다. 청년 시절에 이미 문학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사상 활동에 매진했다. 따라서 이경순에 대한 연구는 작품 분석에만 머물면 안 된다.
이경순은 자유를 통해 아나키즘의 중요한 지향점인 ‘무강권’의 세계를 나타내고자 했다. 또한 억압받는 자의 고통을 통해 힘의 부조리함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경순이 추구했던 세계는 ‘유토피아’로 정리할 수 있다. 유토피아는 현실의 비극을 극복한 지점이라는 점에서 아나키즘이 추구했던 것이기도 하다. 아나키즘은 ‘순정 아나키’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사상이다. 순정 아나키의 세계는 누구의 간섭이나 억압이 없는 완전한 평등의 세계를 말한다. 이경순 시에 나타난 유토피아가 바로 ‘순정 아나키’의 세계이다.
이경순 시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니힐리즘’을 들 수 있다. 니힐리즘의 의미는 일체의 체제와 권위를 거부하는 것이며, 삶과 세계를 무(無)의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철학적 견해이다. 아나키즘이 추구하는 사상적 기조와 일치한다. 아나키즘 역시 일체의 체제와 권위를 거부함으로써 누구의 억압도 받지 않는 만민 평등 세상을 지향한다. 그런 점에서 아나키즘 문학을 탐문하고자 한 이경순의 작품에 니힐리즘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작가들 가운데 자신만의 문학론이나 시론을 조직하고 그것에 부합한 작품을 창작한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아나키즘 문학론을 표명하며 그것에 입각한 아나키즘 문학 작품을 쓴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경순의 생애와 문학론, 작품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을 통해 한국 아나키즘 문학의 사상적 근간과 형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문학론과 작품을 통해 아나키즘이 문학 작품으로 재현되는 방식과 원리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Lee Kyung-soon is important for studying anarchist literature because he not only clearly expressed his stance on anarchist literature but also his ideological orientation and commitment to anarchism. However, there is not much research on Lee Kyung-soon. There are no theses that exclusively discuss his works, only a few academic papers and reviews.
Lee Kyung-soon devoted his entire life to anarchism, hoping that his life and literature would be seen as one and the same. For him, anarchism was a significant worldview and an aspiration he wanted to achieve. He dreamed of overcoming the tragedies and sufferings of reality through anarchism and hoped to fight against absurdities. In reality, Lee Kyung-soon was an active member of the Heukwoohoe, a Korean anarchist organization in Japan. Upon returning to Korea, he was arrested and tried by the Japanese authorities for his anarchist activities. Although he had a passion for literature from a young age, he believed that overcoming the tragic reality was a priority and dedicated himself to ideological activities. Therefore, research on Lee Kyung-soon should not be limited to analyzing his works.
Lee Kyung-soon aimed to depict the anarchist ideal of a world without coercion through the concept of freedom. He also highlighted the absurdity of power through the suffering of the oppressed. The world he pursued can be summarized as 'utopia.' Utopia, as a place where the tragedies of reality are overcome, aligns with the goals of anarchism. Anarchism seeks to reach the world of 'pure anarchy,' a state of complete equality free from interference and oppression. The utopia depicted in Lee Kyung-soon's poetry represents this world of pure anarchy.
Another characteristic of Lee Kyung-soon's poetry is 'nihilism.' Nihilism means the rejection of all systems and authorities, and it is a philosophical view that seeks to understand life and the world from the perspective of nothingness. This aligns with the ideological foundations pursued by anarchism. Anarchism also aims for a world of equality where no one is oppressed, by rejecting all systems and authorities. In this context, it is natural that nihilism appears in Lee Kyung-soon's works, as he explores anarchist literature.
It is rare for writers to formulate their own literary theories or poetics and create works that align with these theories. It is even rarer for writers to express anarchist literary theories and create anarchist literature based on them. Therefore, analyzing Lee Kyung-soon's life, literary theories, and works is significant. Through this analysis, we can more concretely explain the ideological foundations and forms of Korean anarchist literature. His literary theories and works demonstrate how anarchism is embodied in literary works, revealing the methods and principles of such represen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