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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세대의 남한산성 인식과 의미-남구만의 ≪약천집≫을 중심으로- = Recognition and meaning of Namhansanseong in the post-war generation - focusing on Namguman’s ≪Yakcheonjip≫.
저자
김일환 (동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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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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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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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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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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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0(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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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은 치욕과 충절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중첩된 공간이다.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병자호란이 전개되고, 그곳에서 항복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한산성 안에 있던 인물들은 자신들의 행적이 역사적 포폄의 근거가 되었기에 남한산성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었다. 가문과 학통, 혼맥과 교우 관계가 얽혀 있는 전쟁 이후 세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근원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천 남구만의 풍부한 정치 경험과 현실 감각으로 지어진 시문을 그의 아들 남학명과 손자 남극관이 엄선하여 편찬한 ≪약천집≫을 근거로 17세기 중반 이후 18세기 초반까지의 남한산성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추출해 보았다. 남구만은 남한산성에서 주재하면서 임무를 수행했고, 변경 지역에서 행정과 국경 수비를 해봤고, 국방은 물론 국정 전반을 책임지기도 했던 터였다.
상소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적 담론 공간에서 남한산성은 당대 조선이 가진 어려움이 집약된 공간이었다. 국방력 강화와 민심 안정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경제적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모순이 남한산성에서 구체화되었고, 남구만은 이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구만은 명청교체기를 살다간 인물들의 묘도문자를 많이 지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병자호란을 겪었고, 필연적으로 전쟁 기간 동안의 행적이 거론되었다. 농성을 하던 인물들에게 남한산성은 훈장과 같았다. 심양으로 끌려가 죽은 삼학사와 달리 살아남은 이들은 호종(扈從)이라는 공이 부여되었다. 성밖에 있던 많은 관료들은 남한산성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며, 근왕(勤王)이라는 충성 행위를 인정받으려 했다. 이처럼 실제로 남한산성을 포위를 풀기 위해 전진하다 전투에서 죽은 장졸들보다 후방에서 참전 의지를 보였다는 인물들에게 근왕은 더 요긴한 서사 장치였다. 남구만은 이미 고착된 남한산성의 의미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대상 인물이 놓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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