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투자의 경제효과 분석
냉전의 종식과 이념 중심의 양극체제가 붕괴된 이후 세계질서를 결정짓는 힘이 정치력 · 군사력으로부터 경제력 · 기술력으로 옮아감에 따라, 기술과 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 기술혁신 또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 및 국제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要請라는 논의는 상식 수준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과거에 통용되던 규범과 질서는 무너지고 대신 새로운 국제경제.기술환경이 형성되고 있으며(박용태, 1992),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과학기술이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되고 있다.이와 함께 한 국가(내지는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기술혁신의 속도 및 그에 기초한 경쟁력의 확보 여부는 단순히 연구개발활동에 투입된 자원의 量的인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기술혁신의 全과정과 관련된 조직과 제도 등 이른바 국가혁신체제(national systems of innovation) 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 또한 많이 지적되고 있다 (Freeman, 1987, Nelson, 1990).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기술이 창출되고 확산되는 과정 그 자체와 이에 연계된 조직 및 제도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기술혁신의 원인과 과정에 관한 최근의 연구들은 기술혁신이 누적적(cumulative)이고 점진적(evolutionary)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한층 강조하고 있다. 국가정책적 견지에서 본다면 이같은 시각의 변화는 과학기술정책 혹은 기술혁신정책이 단순히 과학기술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치중하는 연구개발정책 (R&D policy) 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즉 기술혁신과정을 단순히 ‘기술’만 작용하는 과정으로 보아서는 안되고, 기술에 더하여 기술혁신의 주체인 기업 및 경제환경이라는 3 자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순히 연구개발 (R&D) 위주로만 운영되는 과학기술정책은 기술혁신의 성과를 감소시킬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부적절한 자원배분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이와 함께 기술혁신 문제는 그 자체가 워낙 학제적(interdisciplinary)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를 다루는 분야도 다양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연구방법론이 옳다 혹은 그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실 기술혁신 문제를 다루는 많은 학자 혹은 연구자들 중에는 기존의 경제학적 접근방법, 특히 신고전학파적인 접근방법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 따르면 신고전학파의 생산성 변화 분석방법은 기술혁신의 과정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큰 약점이 된다는 것이다.또한 신고전학파가 기술혁신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전제하고 있는 여러 가정들 또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정책적인 견지에서, 이들의 주장을 따른다면 일방적인 기술지식의 공급만으로는 기술혁신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으며, 기술지식이 생산현장에서 효율적 ·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확산되는 이른바 혁신의 全週期를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 국가의 정부들이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은 단순한 전통적 투자대안들 간의 자원배분을 재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기술혁신의 주기상에서 자국의 장단점을 분석한 바탕 위에 수립되는 경향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본 연구의 시각 역시 이같은 견해를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본 연구의 서두에서 언급된 바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는 연구개발투자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기본적인 검증작업이 실시되지 못했으므로, 기존의 경제학적 접근방법을 활용하여 한국의 연구개발투자와 그 경제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작업을 시도하려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었다.즉 수출주도적이고 대외지향적인 경제개발 전략을 통해 성장해온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주요기술의 대부분을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에 의존하여 왔으나 이제 이를 통한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근래 보호무역주의 확대 경향과 더불어 선진국들의 기술이전 기피도 한층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자체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연구개발투자의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에 있어서 연구개발투자의 경제적 효과, 즉 연구개발투자가 기업, 더 나아가 전산업의 생산성 증가에 어느 정도 공헌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 산업에서 개발된 연구개발투자의 성과가 해당산업 뿐만 아니라 타산업의 생산성 증가에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이같은 관점에서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산업별 생산성에 대한 연구개발투자의 직.간접 효과 분석, 즉 산업별로 연구개발투자와 생산성 간에 과연 어떤 관계가 존재하고 있는가를 규명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이와 아울러 여타 산업들의 연구개발투자가 어느 특정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게 되는 이른바 연구개발투자의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는 어느 정도인가도 역시 각 산업별로 실증분석하였으며, 동시에 전산업 차원의 경제효과와 기업 차원의 경제효과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개별 산업 차원의 경제효과와 함께 종합적인 비교를 시도하였다.먼저 본 연구의 분석대상이 되는 연구개발투자의 추이와 현황을 논의했다.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기술변화의 상당부분은 의도적인 경제적 투자활동의 산물이며, 기술진보를 위한 경제적 투자활동은 곧 연구개발투자이다. 한국의 연구개발투자는 ’ 80 년대부터 비약적인 증가세를 나타냄으로써 그 이전의 시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60 년대와 ’70 년대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연구개발투자 실적에 비해 ’80 년대 초의 연구개발투자는 금액 기준으로 5천 억 원을 넘어섰으며 국민총생산 대비 비율로도 1% 를 상회함으로써(1982 년 기준), 그 이전까지와는 질적으로 판이하게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 1991 년 현재 연구개발투자액은 경상가격 기준으로 4조 1,584억 원, 국민총생산 대비 2.02% 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그러나 ’80 년대를 통해 연구개발투자가 꾸준히 증가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의 연구개발투자 수준은 기술선진국들에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뒤처져 있음도 지적되었다. 즉 국가 연구개발투자의 절대규모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규모는 미국의 1/28, 일본의 1/15, 독일의 1/8, 영국의 1/4 수준에 불과해 연구개발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다음으로는 본 연구의 수행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된 통계자료인 연구개발스톡의 개념과 추계과정을 다루었다. 즉 연구개발투자의 경제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연도별로 지출된 연구개발투자액에 관한 정보만으로서는 부족하며, 그 연구개발투자액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축적되어 형성된 연구개발스톡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연구개발스톡에 관해서 먼저 그 개념과 추계방법을 알아보고 난 다음, 이를 실제로 추계하였다. 실제 추계 결과 1991 년 현재 제조업 전체의 연구개발스톡은 1985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약 5 조 6 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2~1991 년 기간중 제조업 전체의 연구개발스톡은 약 13.8배나 증가했으며, 더욱이 1980 년대 후반부터는 빠른 증가세가 더욱 가속화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산업별로는 전기·전자산업이 1991년을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 연구개발스톡의 약 40% 라는 압도적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분석기간중 이들 산업은 매년 50% 이상의 증가율을 시현함으로써, 제조업 전체의 연구개발 활동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1991년 현재 수송기기산업(8 천 억 원), 일반기계산업(5천 4백 억 원), 기타화학산업(4천 1백 억 원) 등이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스톡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반면에 목재·제지산업(140억 원), 석유·석탄제품산업(180억 원), 기타 제조업(320 억원) 등은 연구개발 활동의 절대규모 및 증가율 양 측면에서 다소 저조하였다. 4 장에서 8 장까지는 연구개발투자의 경제효과를 전산업, 산업(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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