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전 안중식 시의도의 전통성과 근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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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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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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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167(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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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1910년을 기점으로 서화창작을 활발하게 전개하며, 동시에 1911년 설립된 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의 교수로 근대 화단을 이끌어갈 후학들을 배출하였다. 이때 그는 구양수의 「추성부」를 주제로 한 〈추성부도(秋聲賦圖)〉를 비롯해 〈낙지론도(樂志論圖)〉, 〈귀거래도(歸去來圖)〉, 〈도원도(桃源圖)〉 등을 다수 제작하였다. 원래 시의도는 옛 성현과의 정신적 교감이나 심리 상태의 일치를 나타내는 회화적 표현 수단이었던 것처럼, 안중식도 이러한 작품들의 제작을 통해 식민지로 전락한 사회에 대한 좌절이나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자조적 심리상태를 은유적으로 나타내었다.
시의도 가운데 봄과 가을이라는 계절적 상징성을 지닌 〈도원도〉와 〈추성부도〉는 사계산수화에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이때 〈추성부도〉는 대경산수인물화(大景山水人物畵-산수 배경을 크게 그리고 인물을 작게 그린 작품)로 그려졌으나 나중에는 인물화로 표현하였다. 특히 개인 소장의 〈성재수간도(聲在樹間圖)〉는 구양수를 창호지에 비친 그림자로 묘사한 인물화로 근대적 감각이 돋보인다. 안중식이 시의도를 인물화로 그리는데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장승업이며, 해상화파에서 문학작품을 주제로 한 시의도를 인물화로 다수 그려졌던 사실도 영향관계를 상정케 한다. 또한 인물의 그림자 표현은 청과 일본을 넘나들며 근대 문물이나 서화작품의 실견이 기저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안중식이 1910년 이전부터 즐겨 그린 시의도는 〈도원도〉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전통적인 삼원법과 일점투시법을 절충하여 공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그가 1915년에 그린 〈도원행주도〉와 1918년의 〈무릉도원도〉가 그러한 예이며, 전체 경물을 고원과 심원으로 포착한 다음 계류를 거슬러 동굴에 이르는 장면에 일점투시법을 적용하여 공간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안중식이 실제 사물을 눈앞에 놓고 그리는 근대적 시방식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며, 1915년 조씨 형제의 부탁으로 그린 〈영광풍경도〉는 근대적 시방식이 적용된 사례로서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결론적으로 안중식의 이러한 창작활동은 전통을 재조명하고, 근대적 미감을 절충하여 근대 화단이 왜색으로 경도되는 시간을 늦추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전통과 근대의 경계에 위치했던 안중식은 조선 후기에 성행한 시의도라는 전통의 복원을 지향하고, 표현기법에서는 근대 화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근대 화단의 사표(師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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