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I등재
Victor Hugo et la traduction de Ch’oe Namson - la double-traduction et la trans-formation de l’ ecriture moderne du co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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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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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12
작성언어
French
주제어
등재정보
KCI등재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293-32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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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맥락, 특정 시대나 그 시대의 지식들, 그것의 사유 가능성과 그 조건들을 고 려하지 않은 채, 선험적인 잣대(직역/의역 따위)에 의지해서, 항간에 선보인 번역 작품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역뿐만 아니라, 번역에 있어서도 일반론을 상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중역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이 발생하는 것인 바로 이 때문이다. 개화기 근대문명과 현대사상을 수용하는 과정이 일본어를 경유한 거개의 작품을 토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한국어의 실험과 근대 에크리튀르의 창출에 기여하였다는 관점에서 중역을 바라보고자 할 때, 수많은 서양 문학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 최남선의 작업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한 시대적 증거이자, 번역적 실천을 통해 근대 한국어의 틀을 만들어내고, 언어의 혁신을 도모한 예로 간주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최남선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번역한 것은 원본을 참조한 것이 아니라, 일본어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은 것이었다. 그러나 번역의 과정에서 일본어 번역본의 모사나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대 한국어의 문법 체계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의 「레 미제라블」번역은 ‘구두점’의 체계적인 사용을 바탕으로 근대 개념어(메이지에 고안한)와 일본식의 그것에서 왔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단어들을 조사와 종결어미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조선식 구어와 혼합해 새로운 ‘서기체계(書記體系, 에크리튀르)를 만들어내었다. 주목해야할 것은 ‘革命’이나 ‘近代’, ‘社會’나 ‘體系’와 같은 일본식 근대 한자어 단어에 ‘自誓’, ‘倏忽’, ‘隱沒’, ‘靜穏’, ‘閒暇’, ‘憎怨’, ‘專恣’, ‘牢確’, ‘紛擾’, ‘說諭’ 등의 전통 한자들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통사법과 닮은꼴인 문장의 구조 전반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개화기 전후에 시도되었던 ‘중역’은 일방적으로 일본어를 차용해온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근대 한국어의 에크리튀르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내었던 근본적인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역은 ‘그대로 차용하는 번역’이라는 통념과는 동떨어진, 글쓰기의 실험을 도모할 방법이었으며, 중역을 바라보는 관점은 문학과 문학사, 에크리튀르의 전환 언어와 타자에 드리워진 다양한 인식들이 갈라서고 대립하는 교차로를 형성한다. 서구의 근대사상이 유입되고 언문일치를 궁리해 나간, 개화기 이후 진문(眞文)의 중심이탈을 촉진시킨 에크리튀르의 실험이 중역을 통한 번안 작업에서 착수되었다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는 것이며, 최남선을 위시한 당시의 번역 작품들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근대문학의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자와의 대응관계를 고민하면서, 이후 근대 한국어가 자율적이면서 독립적인 체계를 형성해나가는 데, 중역을 통해 최남선이 주도해나갔던 에크리튀르의 재배치 작업과 그것이 추동한 영향력과 효과는 한국어의 변화와 형성을 설명해주는 근간이자 새로운 언어 문화적 전환기를 맞아 식민지 지식인이 자국어 상실의 위기를 맞아 취한 이데올로기적 저항의 징표로 볼 수 있다. 메이지 일본의 물질문명에서 받은 ‘충격의 경험’(벤야민) 속에서 중국과 유교라는 ‘유일무이한 현존성’, 즉 ‘아우라’의 파괴를 감내해야 했던 중인 출신의 지식인들이 당장에 실천되지 않으면 안 될 보편적 가치로 삼았던 근대의 재현은 이처럼 번역(중역)이라는언어ㆍ문화적 재배치를 통해 착수될 수 있었던, 당시로서는 희미한 가능성일 뿐이었다. 최남선에게 번역-중역은 비극적 세계관을 떨쳐 버리고, 변증법적 세계관을 구현해 볼 유일한 수단이자 방법이었던 것이다. 최남선의 중역은 번역은 예(禮)와 유(儒)가 근저를 형성했던 전통이 유효하지 않음을 척박한 식민지에다가 선포하고, 말(言)과 글(文)의 일치를 궁리하면서 계몽과 합리를 정착시켰던 ‘원본의 재영토화 과정’이자 이데올로기의 변형자의 자격으로, 근대 한국어의 언어ㆍ정치적 상황을 주도해나갔던 주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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