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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음악장(場)의 형성과 나운영의 자리 = Where Did La Un-Yung Stand When Umak-Jang(音樂場) Formed after Lib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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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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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4(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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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냉전기 반공주의 이데올로기가 작곡가 나운영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였다. 해방 후 초기 2년 동안 음악가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민족음악문화 건설의 꿈을 꾸었다. 나운영도 해방가요와 건국가요를 작곡하였고 첼리스트로, 해외에서 조국으로 돌아오는 동포를 위한 음악회와 각종 기념식에서 음악을 연주했다. 또 민족음악 문화연구를 계획하며 음악가 정추와 민족음악문화연구회를 결성(1946. 3.) 했다.
미소공위 실패 후 냉전이 한반도에 고착화되면서 남한의 음악장에서 좌파 음악가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었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다. 이런 정치적 위기 속에서 나운영은 1947년 6월,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파 문화예술단체와의 제휴를 통해 남한 사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무결함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전쟁 동안 나운영은 한국 최초로 '한국현대음악 학회'를 결성하고 현대음악 레코드감상회를 열면서 한국에 현대음악이 보급되기 위한 계몽 활동을 시작했다. 또 1952년 작곡집을 출판하고 작품발표회를 하는 등 작곡가로서의 삶을 추구했다. 그러나 전쟁은 비정상적인 시간이었고 이 시기 음악은 군대에 의해 유지되는 구조였다. 나운영은 해군과 육군의 문관으로서 전시가요와 전시동요를 작곡했고 이 중< 통일행진곡>(1952) 과 <북진의 노래>(1953)는 반공국가주의를 전파하는 대표적 국민가요로 남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돌아 온 나운영은 현대음악의 거장 메시앙으로부터 파리 유학을 허락받고 준비하던 중 여권발급 불가판정을 받게 된다. 전후 한국사회에서 납북자 가족과 과거 좌익활동의 이력은 음악가로서 중대한 결함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후 나운영의 음악 활동 중 한 부분은 국가주도 음악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위해 남겨두어야 했다.
나운영의 1945~1953년의 삶을 통해 냉전이 한 작곡가의 정치적 신념을 굴절시켜가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 때로 그의 삶은 정해진 세계가 아닌 경계에 위치해 있었고 그 결과 한국의 음악권력에서 배제되거나 고립되는 결과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평생 그의 음악인생은 민족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수행적 삶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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