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의 기술혁신 패턴과 발전 전략
서론 1.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2003년에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미국 FDA의 신약 승인을 받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이 단계에서 제약산업의 혁신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입각한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을 이을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생물산업이 부상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막연한 기대감만 있을 뿐 우리나라의 수준 및 가능성에 기반한 구체적인 발전 전략은 없는 상태이다. 생물산업은 의약, 식품, 농업, 환경 등 서로 상이한 여러 분야를 포괄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발전 전략의 수립을 위해서는 세부 분야별로 기술혁신 패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제약산업이 지니는 일반적인 특성과 세계 제약산업의 혁신 패턴을 분석하여 특징적 측면들을 도출한 후, 국내 제약산업의 기술혁신 실태와 혁신 전략을 이러한 세계 제약산업의 혁신 맥락 속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 1.2 분석의 단위와 연구의 방법 본 연구는 국내에서 혁신 연구(innovation study)의 관점에서 제약산업을 분석한 첫 연구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이루어진 연구들과의 차별성은 중심적인 분석의 단위를 기업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연구들은 주로 산업 전체를 분석의 단위로 삼아 시장규모, 생산액, 수출입구조 등 산업의 거시적 데이터에 근거해서 산업현황을 분석한 후, 산업정책 차원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선에 머물렀다. 그에 비해 본 연구는 기업을 기본적인 분석의 단위로 삼고, 기업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술혁신의 전형적인 패턴들을 찾아가는 것에 일차적인 초점을 두고 있다. 본 연구에 사용된 방법론은 문헌 연구, 데이터베이스 분석, 면담 조사로 구성된다. 1.3 분석의 틀 본 연구에서는 기술추격국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들을 도출한다는 최종적 목표에 적합한 분석 틀을 얻기 위해 ‘산업의 기술혁신 패턴’을 ‘산업 내에서 일어나는 기술혁신들 속에서 반복적이고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공통적 현상이나 특징’으로 정의하고, 이 반복성과 전형성을 나타내는 특징들을 ① 기술적 변화 자체의 특징, ② 기술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조직의 특징, ③ 기술혁신의 결과로 야기되는 산업구조 및 기업 간 경쟁 관계의 동태적 변화의 3가지 범주로 구분하였다. 요약하면, 산업 내 기술혁신의 전형적이고 반복적인 양상을 기술, 조직, 산업구조의 세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제약산업 개관 2.1 제약산업의 일반적 특성 과학기반 산업: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과학기반 산업(science-based industry)으로, 기초과학 연구 결과가 곧바로 산업적 성과와 긴밀하게 연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약산업은 20세기 초에 산업이 형성되던 시기부터 대학 및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새로운 약물의 개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20세기를 거치는 동안에는 기반이 되는 유관 학문 분야의 성립과 발달에 큰 영향을 받았다. 연구집약적 산업: 새로운 신약의 발견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제약산업에서는 일찍부터 기업 내 R&D 기능이 발달해왔다. 제약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에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큰 산업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3~4%인 반면 제약 산업은 12%로 가장 높게 나타난다. 특히 신약 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집약적 기업들의 경우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15~20%에 달한다. 고위험, 고부가가치 산업: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성공률은 매우 낮다. 세계 Top10 기업들의 지난 10년 간 추진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전임상 이후 단계 성공률은 평균 11%였다. 그러나 일단 좋은 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하면 그로부터 천문학적인 수익이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세계 매출액 1위 제품인 Pfizer社의 Lipitor(고지혈증 치료제)의 2003년 매출액은 92억달러로, 이는 평균 신약 개발비의 11배를 넘는 금액이다. 성공적인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보통 20% 내외의 순이익률을 매년 유지하고 있다. 산업조직적 특징 1 - 신규 진입과 퇴출의 희소성: 연구개발 집약적 제약기업의 경우 시장점유율의 변화는 있지만, 신규 진입과 퇴출이 많지 않다. 유명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대개 100년 내외 혹은 그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은 드물다. 이러한 현상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전문성이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산업조직적 특징 2 - 세분화된 시장(fragmented market): 제약산업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10%가 넘는 기업이 없다. 2001년도 매출액 1위 회사인 Pfizer의 시장 점유율은 7.5%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은 제품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약품은 그 종류가 매우 많으며 여러 질환에 걸쳐 있는데, 각 질환마다 다른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한 회사가 모든 질환에 대해서 가장 좋은 약들을 개발할 수는 없다. 보통 각 회사들은 몇몇 질환과 약효군에 대해 역사적으로 형성된 기업의 기술적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시장을 세분화해서 점유하고 있다. 산업조직적 특징 3 - 활발한 인수?합병: 제약산업에서는 인수 합병이 매우 활발하다. 인수?합병의 이유로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 새로운 지역 시장으로의 진출, 기술적 보완 관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 비용구조 개선 및 연구개발 생산성 증대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반면 시장에 출시되는 신약은 줄어들고 있는 최근의 현상은 거대 제약회사들로 하여금 위기 의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거대 제약회사들은 연구비 조달과 연구개발 포트폴리오의 확대를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강한 산업 1 - 지적재산권 보호: 제약산업에서의 특허와 관련된 이슈는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약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개발은 어려운 반면 복제는 훨씬 더 쉽기 때문에 특허에 의한 보호가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둘째, 제약산업은 임상 및 승인 기간 때문에 실질특허기간(effective patent life)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셋째,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특허 기간을 적정한 선에서 제한하고 값싼 복제품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규제가 강한 산업 2 - 신약 허가: 엄격한 신약 허가 과정과 이 과정을 통과하기 위한 장기간의 임상시험은 제약산업을 다른 산업과 구별해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현재의 엄격한 신약 허가 기준이 정립된 것은 1961년에 thalidomide라는 최악의 약화 사건이 발생한 후, 신약 허가 절차의 강화를 규정한 Kefauver-Harris 법이 1962년에 제정되면서부터이다. 이 법의 시행 이후 FDA 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은 7개월이던 것이 최장 8년까지 늘어났고(현재는 1~2년으로 축소되었다), 미국에서의 신약 도입이 70% 가량 감소되었다. 정부 규제가 강한 산업 3 - 보험약가 규제: 대부분의 국가들은 공공보험이나 민간보험의 형태로 의료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약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프랑스와 같이 국가가 직접 공공보험을 관리하는 나라에서는 정부가 직접 모든 약의 보험수가를 결정한다. 미국은 여러 민간보험 회사들이 자사에 가입된 소비자들을 대표해서 병원들과 약가 협상을 벌이는데,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보험회사일수록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고 약가를 낮출 수 있다. 2.2 세계 제약산업의 현황 전 세계 제약산업 시장 규모는 2002년 기준으로 약 4,180억달러(한화 501조) 규모로 추정된다. 1997년부터 매년 평균 7.3%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2007년에는 6천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북미 시장이 35.6%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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