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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와 동경 = Lim Hwa and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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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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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186(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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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임화의 동경 이주 시기에 대한 재독해를 연구 목표로 한다. 임화의 동경 경험에 대해서 알려지거나 임화가 스스로 밝힌 내용은 파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파편화된 자료들을 재맥락화하여 다시 독해해보면 임화의 동경행이 지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임화는 일본에 외관상 유학의 형식으로 가게 된다. 그 증거로 그가 니혼대학에 적을 두게 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니혼대학은 당시 일본유학을 고려한 조선 학생들 중에서 고학으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선호되는 학교였다. 마르크스주의 등의 급진적 사상을 강의하는 대학으로도 이해되었기에 임화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경제적 지원 없이 대학에 간 임화는 니혼대학과 같이 고학으로 다닐 수 있는 대학의 유학을 통해 합법적으로 동경에 갈 수 있었다.
동경에 도착해서 임화는 무산자사로 갔다. 동경에 가는데 게기를 제공한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북만이었던 이유 때문이다. 이북만은 1928년 급진적 잡지 제작 및 배포, 급진적 연극 공연 등을 이유로 일본에서 추방되었다. 임화는 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임화가 동경에 가서 마주하게 된 환경이다. 그가 동경에 가서 실제로 본 환경은 조선인 노동자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1920년부터 일본에는 조선인 노동자의 유입이 급속히 늘어났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일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저임금의 험한 일들을 했다. 주로 토목, 건축, 건설, 광산, 항만 하역 등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로 일했다. 이들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했는데 대체로 가건물, 폐가, 거적집 등에서 거주했고 운이 좋은 경우 공장 등에서 제공하는 합숙소에서 거주했다. 대표적으로 이렇게 조선인들이 밀집 거주하면서 만들어진 슬럼이 후카가와, 에바라, 가와사키 등이 있다. 그곳은 일제 수도 동경의 게토였다. 무산자사는 에바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임화는 무산자사 근방에 사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매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무산자사에서는 이들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으로 ‘연극’을 했는데 임화도 여기에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산자사에서 임화가 생활의 일치를 경험했다고 술회하는 것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바라보면 임화와 동경의 관계에 새로운 맥락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주변부화’이다. 임화는 체류자거나 학생이 아닌 이주자로서 제국의 주변부에 놓이게 되면서 자신이 제국의 ‘주변부’에 ‘유령’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자장자장」과 「양말 속의 편지」에 그 성취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 임화는 식민지 조선에서 자신의 위치를 ‘주변부’로 인식할 수 있는 지평을 지니기 어려웠다. 오히려 임화는 식민지이지만 조선의 중심인 ‘종로’에서 자기만의 시적 영토를 개척하고 이를 인정받아 왔다. 이러한 평가와 임화는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시적 영토를 향해서 나아가는 선택이 바로 동경행이었다. 그 결과 임화는 기존과는 다른 지점에서 제국 일본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임화가 동경 이주를 통해서 얻은 성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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