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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유성에 대한 시론 ― 우정의 공동체를 조직하는 글쓰기의 가능성 ― = An Essay on the Common Nature of Writing - Possibilities of Writing to Organize a Community of Friendship -
저자
김주현 (인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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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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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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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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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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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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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글쓰기는 사적이고 전문적인 능력이다. 2000년대 들어 국문과에서 분리된 문예창작학과는 이러한 전문성을 학문으로 제도화했다. 교양필수 과목으로 안착한 대학 글쓰기는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자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해왔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는 강렬하고 자연스러운 ‘내적 충동’이나 타자를 향해 열리는 대화가 아니라 근대적 주체인 ‘나’를 입증하는 지적인 ‘기술’에 가깝다.
이 논문은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전통적 공동체가 아닌 새로운 정치적 기획으로서 비동일적인 공동체의 가능성을 글쓰기에서 탐색해보고자 마을인문학의 거점인 독립서점의 비전문적인 글쓰기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독립서점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이제 막 출발 단계에 있다. 거의 ‘나’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는 ‘개인적 글쓰기’를 택하되, 가끔 출간 작가를 초빙해 피드백을 받아 완성된 글을 제출하고, 기수별 문집을 발행하고 있다. 대개는 강사를 초빙할 예산이 없어 서점 대표가 부정기적으로 모임을 꾸리는 선에서 운영된다. 그럼에도 처음 만난 참여자들은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환대하며 함께 쓰는 과정 자체에서 함께 있음의 의미를 소중하게 여긴다. ‘나를 위한 글쓰기’를 통해 확인한 부모-자식뻘 참여자들의 ‘소통’은 낭시와 블랑쇼가 말하는 ‘무위의 공동체’가 구현되는 장으로 보인다. 참여자들은 결과물의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과거의 나의 타자성과 함께 쓰는 타자들의 타자성에 자신을 개방한다.
따라서 이러한 모임에서 강사는 쓰기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는 태도를 버리고 ‘촉진자’로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쓰기 ‘전문가’로 자신을 규정해온 강사에게 쉬운 위치는 아닐 것이나, 공유지론에 따르면 인간의 예술적 재능은 한 개인의 획득물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한 ‘신의 선물’이다. 이런 관점에 따라 향후 쓰기 공동체는 ‘사회적 글쓰기’를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 구비문학은 이를 위한 공유지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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