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가연구개발체제와 과학기술인력 양성체제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북한의 국가연구개발체제와 과학기술인력 양성체제는 경제와 과학기술, 교육 등의 제반 정책과 이론들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경제정책에서는 중공업 우선발전 정책과 자력갱생 정책, 경제와 국방의 병진건설 정책의 영향이 컸고, 기술혁신 이론에서는 연구와 생산의 결합 이론, 대중적 기술혁신, 주체의 기술혁명 이론의 영향이 컸으며, 교육 분야에서는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제, 교육과 생산의 결합이론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중공업 우선발전 정책과 자력갱생 정책, 교육- 연구- 생산의 결합 이론은 경제, 과학기술, 교육의 세 분야에 모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서로를 긴밀히 연결해주는 고리가 되고 있다. 북한의 연구개발체제는 당의 강력한 지도 하에서 과학원 중심, 기술 과학 중심, 현지연구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에 따라 국가과제로의 동원과 자원집중이 용이한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으나, 지나친 동원과 통합 운영으로 부문간 알력과 불균형이 심화되고, 저급기술에의 의존으로 연구효율이 저하하는 문제점을 가지게 되었다. 연구계획도 당의 지도 하에 경제계획과 강하게 연동되어 수립되고 있 다. 이에 따라 국내자원을 이용한 원료, 연료, 동력문제 해결에 큰 노력을 기술이게 되었으나, 심각한 기자재 부족과 연구의욕 저하, 기술예측과 기획능력 결여 등으로 곧 뚜렷한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가위기 상황 에서 지도자의 관심영역에서 벗어나는 연구과제가 도태되어 첨단기술로의 도약 기회도 상실하고 있다. 과학기술인력은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제도 하에서 이공계 단과대학 중심으로 양성되고 있다. 이 안에서 학과가 세분화하고 현장 특성에 맞는 실험실습과 생산노동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무상교육의 확대와 규모 효율의 저하로 국가부담이 증가하고, 고등교육 수량 확대에 큰 문제점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신설, 확충된 일하면서 배우는 고등교육체제도 학생들의 질적 수준 저하와 학습의욕 저하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소련, 중국 중심의 해외 유학생들도 국내 문제 해결에 제대로 활용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상의 문제점은 북한의 학술활동에 거의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연구 수준 저하로 국제논문 투고량이 감소하고, 첨단 분야에서의 해외의존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90년대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학술지 발행량과 논문 투고량, 투고 논문의 질적 수준, 기업의 기술 혁신 활동 등이 크게 저하하였다. 정치경제체제의 문제점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와 연동된 국가연구개발체제, 과학기술인력 양성체제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고, 이들 체제의 고유한 문제점들과 함께 얽혀 복합적인 침체 국면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문제점 개선노력과 전망 북한은 1998년부터 고난의 행군을 승리적으로 결속하고 강성대국 건설로 들어갔다고 선전하기 시작하였다. 강성대국 건설은 권력승계와 극심한 체제위기를 넘어선 북한 정권이 새로운 국가건설 방향과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기본 사상은 사회주의 사상 강국, 정치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이룩하는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당의 영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사상중시노선을 견지하며, 선군정치 를 철저히 구현하고 과학기술중시기풍을 확립하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하였다. 강성대국 건설전략의 중요 내용 중 하나가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9년 신년사 공동사설에서 과학기술을 강성대국 건설의 힘있는 추동력으로 규정하고 그 해를 과학의 해로 지정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의 분발을 촉구하였다. 2000년 7월의 노동신문과 근로자 공동논설에서도 과학기술 발전이 답보하면, 혁명도 주눅이 들고 사회주의도 빛을 읽게 되며 과학기술을 홀시하는 것은 혁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과학기술중시정치를 강조하였고, 2001년 신년사 공동사설에서도 온 사회에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기풍을 세우며 기술혁신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게 하여야 한다 며 이를 재천명하였다. 과학기술 중시정책을 통해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중점 내용에는 공장, 기업소의 기술개건과 IT 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화, 첨단산업 육성 등이 있다. 공장, 기업소의 기술개건은 노후 설비를 보수, 정비, 교체하고 생산 공정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생산목표 달성에만 치우쳐 장 비교체와 기술도약 시기를 놓치고, 대외교류와 국내 학술활동 위축으로 현장 기술 수준마저 크게 낙후해 있는 실정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IT 산업의 육성은 공장의 기술개건 지원과 정보화, 신산업 창출 등의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장의 기술개건 지원은 각종 자동화 설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보급하는 것이고 정보화는 전국 범위의 전산망을 구축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며, 신산업 창출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 컴퓨터, 전자부품, NC 장치 등의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 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김일성종합대학에 컴퓨터단과대학을 신설하고 전자계산기단과대학을 컴퓨터기술대학으로 개편하며, 각급 대학에 IT 관련 학과들을 크게 증설하고 중고등학교에서의 컴퓨터 영재교육을 확대하는 등의 종합적인 IT 인력 양성 확대 방안을 추진하였다. 이와 함 께 조선컴퓨터센터와 평양정보센터 등의 인력과 개발능력을 확충하고 IT 관련 연구소를 신설하며, 광명 시스템 등의 전국적인 전산망을 구축해 과학기술 정보확산에 이용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중국이 80년대 전반과 90년대 초반을 거쳐 국가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 중국은 863계획 등의 국가연구개발계획으로 자동화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장의 기술개조를 지원하고, 전국적으로 유무선 통신망을 정비해 정보화를 촉진하였다. 이와 함께, 컴퓨 터산업 육성을 위해 단순조립에서 관련 부품 생산과 국산화율 제고, 최종제품 생산까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학원과 북경대학, 청화대학 등, 관련 학과 증설로 크게 증가한 우수 교수진과 연구진, 학생들이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중국의 개혁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과학원을 소수 정예화하고 이들과 대학의 기초연구 기능을 강화하며,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연구관리와 기술확산, 인력유동, 인센티브 제도 등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으로 대학도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고 수량을 크게 확대하며, 단과대학을 종합화해 학습범위와 심도를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조치는 중국과 달리 체제개혁과 제도개혁을 수반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연구개발체제에서도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첨단기술 연구소 신설과 연구 강화, 인력 양성 수량 확대와 전문화 등만 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산업 육성에 관해서도 북한은 자본주의사회의 정보화가 직원 해고와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낳는다고 비판하고, 북한의 정보산업은 노동자를 힘든 노동에서 해방하려는 목표 하에 전 국민이 한 마음으로 동참하고, 당의 관심과 치밀한 국가계획에 의해 추진되므로 확실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상과 정치체제를 고수하는 가운데 기술적 개선만으로 강성대국을 이루려는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논의한 북한 연구개발체제와 과학기술인력 양성체제의 뚜렷한 약점이 가까운 시일 내에 크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북한체제의 약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북한의 개혁 정책이 큰 성공을 거둘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의 곤경과 새로운 시도는 앞으로의 체제개혁과 남북대화 진전에 다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주체과학과 자력갱생 정책의 결과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체제를 개방하고 국제사회에 참여해야만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북한이 최근 적극적으로 국제 무대에 등장하고 지원을 호소하며, 중국 등의 산업화 동향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책적 시사점 북한의 현실과 최근의 변화 노력은 우리의 북한 연구와 남북과학기술 협력에도 몇 가지 새로운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북한의 개혁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로의 전환 북한 연구에서도, 갑작스런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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