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정신의 본령은 아산이다
저자
김기승 (순천향대학교 국제문화전공)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04
작성언어
-KDC
911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22(22쪽)
제공처
소장기관
필자는 2년 전인 2002년 4월 28일 이순신연구소 제4회 학술대회에서 역사학 측면에서의 이순신 연구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당시 필자는 이순신에 대한 연구를 구한말 신채호의 연구, 일제 강점 시기 이광수의 연구, 해방 이후의 연구로 나누어 성과를 검토하면서 각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필자는 종전의 이순신에 대한 연구가 한결같이 당시대의 필요에 의해 과장되거나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순신에 관련된 진실과 사실을 면밀하게 고증하는 자세가 아니라 시대적 필요에 의해 존경하거나 숭배할 수 밖에 없는 초월적 존재로 신비화되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구한말 신채호에 의해서는 ‘항일구국의 영웅’으로, 이광수에 의해서는 ‘슬픈 영웅’으로, 해방 후 군사정권에 의해서는 ‘구국의 군사영웅’으로 부각되었다고 했다. 이것은 당시대의 상황에 따른 요구였기 때문에 호소력과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적 측면과 미래 지향적 측면에서 극복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새로운 연구 방향으로서 기존 연구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체계적 검토, 엄정한 사료 비판, 미래지향적 교훈 탐색이라는 3가지를 지적했다. 그리고 이순신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는 난중일기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 기록정신, 즉 역사의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의 연구는 이순신에 대한 필자의 두 번째 연구이다. 그동안 필자는 기존 연구성과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미 선행연구를 통해 축적된 사료비판 작업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첫째 난중일기는 크게 2종류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정조 대에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난중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충무공전서는 빠진 부분이 많고, 조선총독부 편찬본이 현재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는 난중일기 원본의 내용을 충실하게 복원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2권의 사료비판을 통한 난중일기 복원 작업은 조선총독부 간행본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종류의 난중일기를 비교할 때, 정조 대의 난중일기에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 많이 누락되어 있다. 가장 많이 빠진 부분이 이순신 자신의 인간적 한계 및 가족 관련 기사이며, 타인에 대해 이순신이 악평을 한 부분도 많이 빠져 있다. 말하자면 정조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일기 내용이 공개되는 경우 다른 개인과 가문에 피해가 가는 내용 혹은 후손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용은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결과 이충무공전서에 비친 이순신은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사적인 일기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사적 감정이 배제되거나 억제되어 있는 인물로 그려지게 되었다. 말하자면 자기 희생적인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인물로 각인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누락되었던 기사를 보충하여 읽는다면, 우리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다른 또하나의 이순신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필자는 이와 같은 사실에 주목하여 오히려 ‘일기’는 그 본질이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그것은 당시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내면의 세계가 나타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그의 지극히 사적인 내면 세계, 즉 그의 사상과 행동을 가능하게 했던 감성의 세계, 무의식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공개하기를 꺼린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그의 정신의 본령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에 나타난 이순신의 사적 영역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은 결과, 필자는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접하게 되었다. 일기 속에 나타난 그는 항상 고뇌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개탄하고 그리하여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러한 인간이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려 항상 병치레를 하는 병약한 애처로운 존재였다. 승리와 전과에 대해 기뻐하기보다는 자신의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고 그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함께 괴로워하는 그러한 존재였다. 그가 차라리 죽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것은 전쟁으로 나타난 인간성 파괴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러던 차에 이순신연구소로부터 충무공 정신의 본령은 아산이다라는 주제 발표를 2개월 전에 부탁 받게 되었다. 처음 주제 발표 의뢰를 받았을 때는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아산과 관련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또 과연 아산이 충무공 정신의 본령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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