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계좌에서의 현금인출과 횡령죄 : 형법상 소유권의 개념 및 유형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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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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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445(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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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죄의 객체가 ‘타인의 재물’이라는 점에서, 소유권의 문제는 횡령죄 판단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때 횡령죄의 독특한 점은 금전에 관한 소유권의 문제를 민법적 관점과 구별되는 형법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횡령죄는 금전에 관하여 ‘동적 안전’을 보호하는 민법상 소유권과 달리 내부적으로 신임관계(위탁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재물의 소유자, 즉 ‘정적 안전’의 보호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금전에 관한 형법상 소유권 개념을 기초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사용된 계좌에서 계좌명의인이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그동안 판례가 형성해 온 형법상 소유권의 개념 및 유형을 분석함으로써, 형법상 소유권에서의 ‘정적 안전’을 판단하는 기준점을 제시하였다. 즉, 금전에 관하여 ① 위탁관계가 약정에 의해 설정된 경우는 약정이, ② 신의칙 내지 조리상 위탁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탁자가 금전을 점유하기 이전에 위탁자와 맺은 법률관계 또는 사실관계가 형법상 소유권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적 안전’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을 논증하였다.
이어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와 대포통장 계좌명의인 사이의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검토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착오송금 사안에서 횡령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하여 착오송금 사안과 구조가 유사한 대상판결에서도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착오송금 사안을 두개로 유형화하여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었던 경우의 착오송금 사안에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을 보였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형법상 소유권의 기준점으로 삼을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또한, 본고에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과 대포통장 계좌명의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사기범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음을 보였다. 이를 논증하기 위하여 수익자의 반환의무가 존재하는 불법원인급여 사안 및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 보호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이고, 두 사안과 대상판결 사안의 불법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신임관계의 보호가치를 고찰하였다. 대상판결의 사안을 민법 제746조 단서의 불법원인급여가 이루어진 상황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접근매체 양도행위의 불법성만을 고려하는 경우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과 관련된 불법성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 모두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사안보다 불법성이 적지 않으므로 접근매체 양수인과 계좌명의인 사이 관계는 형법상 보호가치가 없다고 평가해야 함을 논증하였다.
사기피해자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에 대한 횡령죄를 모두 부정하는 본고의 결론이 사기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한 계좌명의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계좌명의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형법상 소유권의 취지 및 보호가치 있는 신임관계와 관련된 기존의 논의를 고려하면 계좌명의인에 대한 처벌에 횡령죄의 법리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 대신 전자금융거래법 및 금융실명법 적용에 있어 피해금 인출행위를 양형사유로 고려하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등의 특별법에 사기피해금 인출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추가하는 대안적인 방식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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