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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의 태극기 인식과 그 흐름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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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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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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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259(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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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한국기독교에 태극기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이는 근대국가, 자주독립을 성취한 대안적 시민사회를 꿈꾸게 하는 표상이었다. 그렇기에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동양적 세계관을 표현한 ‘태극’을 기독교신앙 안에 녹여냄으로써 동서의 조화를 모색했다. 일제강점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현실 속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은 태극기를 손수 제작해 만세시위를 하면서 그러한 구체적 희망을 표현했다.
하지만 일본제국의 강화와 확대 앞에 상실과 절망을 체험한 한국인들은 결국 일장기 숭배를 강요받거나 자발적 숭배의 길을 선택했다. 일장기 숭배의 길은 굴욕적이지만 안전과 권력을 허용해 주었다. 교회는 일장기 앞에 고개 숙이는 것을 시작으로 마침내 훼절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한국기독교는 독재(파시즘)와 폭력에 순응한 대가로 물질적 번영과 정치적 기득권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해방을 맞았다. 하지만 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국가와 충돌한 일부 기독교계 세력들이 태극기를 이용하거나 혹은 거부하며 여러 신흥종교들을 형성했다. 그들은 태극기를 내걸고 민족의 메시야인양 행세했다. 일제에 부역한 기성교회 또한 회개하지 않았다. 한국교회는 민족분단이라는 위기 앞에서 ‘친일’을 은폐하기 위해 ‘반공’이라는 안전지대로 숨어들었으며, 결국 ‘분단’을 극복하는 역사적 책임을 담당하지 못했다. 남한 사회에서 기독교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을 거치며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물적 ․ 제도적 특혜를 누리게 되었다. 일제 파시즘 시기보다도 더욱 강력한 물신숭배와 권력화에 경도되어 갔다. 분단과 냉전체제는 일제강점기 순전한 신앙을 고수했던 보수신앙의 태극기 배례(혹은 경례)에 대한 일말의 저항마저도 용공, 공산주의, 반체제인사로 왜곡해 나갔다. 결국 기독교신앙과 국가주의의 결합을 통한 국기숭배의 메커니즘은 일제 파시즘 시기에서부터 본격화되었고 오늘까지도 한국사회와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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