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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윤리학의 두 가지 길 : 바흐친과 레비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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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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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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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195(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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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의 목표는 20세기 대표적인 ‘타자의 철학자’로 거론되는 엠마누엘 레비나스와 미하일 바흐친의 사유를 비교해보고, 양자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는 데 있다. 주지하다시피, 데카르트 이래 근대적 사유의 특징은 주체를 세계 인식과 이해의 중심에 두고, 주체 이외의 모든 것들을 오직 주체만을 위한 대상으로 객체화시켜 바라보는 데서 성립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주체의 세계전유 능력과 더불어 근대적 합리성이라는 실용주의적 사고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타자를 도구적으로만 인식함으로써 타자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의 역사를 배태하기도 했다. 가령 고도로 발달된(‘합리화된’) 과학기술을 무기로 벌어졌던 20세기 전쟁과 대량살육의 참사가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레비나스는 특유의 종교적 태도와 현상학적 기술을 통해 타자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가 제기하는 타자란, 무엇보다도 나-주체 앞에 고통스런 얼굴을 드러내며 동정과 연민을 호소하는 존재이다. 타자는 나-주체 앞에 약자이자 빈민, 레비나스의 말을 빌면 ‘과부와 고아’ 같은 구체적 이웃으로 등장하며 나-주체의 손길을 요청한다. 여기서 나-주체는 타자를 추상적 개념 속에 떠올리지 말고, 가장 구체적인 모습 가운데 직접 마주해야 하며, 타자의 고통을 직시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책임성을 반성하도록 요구된다. 타자가 지닌 진정한 의미는 그와 얼굴을 직접 면대면(面對面)함으로써 즉각 깨우쳐지게 되며, 이로써 나-주체는 타자를 섬기며 그에 봉사하는 내적 겸허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로부터 자기 사유의 근거들을 길어올린 레비나스의 타자론은 대단히 감동적이며, 어느 정도는 바흐친이 1920년대 ‘철학적 미학’의 여정에서 보여주었던 타자론과 상당히 유사하게 보인다. 예컨대 「행동 철학」이라든지 「미학적 활동에 있어서 작가와 주인공」 등의 초기 논문에서 바흐친은 타자에 대한 고려가 없는 주체의 이미지는 불완전하며, 오직 타자에 대한 애정어린 태도만이 나-주체의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외양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양자간에는 근본적인 상위점이 존재한다. 이는 바흐친이 책임의 원천으로서 ‘사건(событие)’을 어떻게 개념화했는지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나는데, 그에게 타자에 대한 책임이란 존재(бытие)의 공존(со)적 상황에 대한 (형이상학적) 해명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지, 타자에 대한 실존적인 공감(‘동정’과 ‘연민’)으로부터 나오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나-주체가 차지하고 있는 지금-여기에서의 시·공간은 어쩌면 타자가 있을 수도 있는 자리이며, 따라서 나-주체는 타자를 대신하여 지금-여기 있는 것이기에 최선의 윤리적인 행동을 해야 할 필요충분한 동기를 부여받는 것이다. 더욱이 나-주체가 지금-여기의 사건 가운데 참여하고 있다는 말은, 어떤 식으로든 타자와의 공동적 관계에 포함되어 있다는 뜻으로, 좋든싫든 생성 중인 사건의 장(場) 안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단순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나-주체는 타자들과 함께하는 사건의 생성 과정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바흐친의 윤리 개념은 보다 명확한 이미지를 얻게 된다. 그것은 칸트식의 무조건적 정언명법도 아니고, 또한 레비나스식의 동정과 연민의 도덕도 아니다. 바흐친이 염두에 두고 있던 새로운 윤리는, 주체로서의 내가 항상-이미 타자들과의 사건적 관계에 연루되어 있으며, 따라서 책임있는 사고와 행동이 ‘나’의 존재 이전에 이미 요청되어 있다는 점에서 성립한다. 이러한 ‘사건의 윤리’가 지닌 강한 설득력은, 그것이 강제적 규범이나 주관적 공감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구체적 행동 속에서 실현되어 나간다는 점을 해명한 점에 있다.
분석정보
연월일 | 이력구분 | 이력상세 | 등재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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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 평가예정 | 재인증평가 신청대상 (재인증) | |
2021-01-01 | 평가 | 등재학술지 유지 (재인증) | KCI등재 |
2018-01-01 | 평가 | 등재학술지 유지 (등재유지) | KCI등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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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1 | 평가 | 등재학술지 유지 (등재유지) | KCI등재 |
2002-01-01 | 평가 | 등재학술지 선정 (등재후보2차) | KCI등재 |
1999-07-01 | 평가 | 등재후보학술지 선정 (신규평가) | KCI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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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16 | 0.16 | 0.19 |
KCIF(4년) | KCIF(5년) | 중심성지수(3년) | 즉시성지수 |
0.2 | 0.19 | 0.374 | 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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