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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조정의 왜구 회유책’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태조 6년(1397) 항왜 도주와 군관 처벌의 배경을 중심으로- = A Critical Review on the Prevailing Argument for the ‘Waegu Appeasement Policy of the Joseon Government' -Focusing on the Background of the Escape of the Surrendered Waegu and the Punishment of Joseon's Military Officers in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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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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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8(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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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년(태조5) 12월 조선 조정에 투항한 나가온 항왜 집단은 그 해 말과 이듬해인 1397년(태조6) 4월 등 두 차례에 걸쳐서 대마도로 도주했다. 본 연구의 취지는, 이러한 항왜 도주 사건 및 그에 이은 조선 군관 처벌 사건의 이면에 있는 조선 조정의 항왜 토벌 시도의 모습을 확인하고, 이를 통하여 ‘조선 조정의 왜구 회유책’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통설적 견해를 재검토하는 데에 있다.
항왜 도주 사건에 관하여 기존의 통설적 견해는, 당시 계림부윤 유양의 잘못된 대응으로 인하여 항왜들이 이를 의심하여 도주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조선 조정의 군관 처벌은 항왜에 대한 관리 미흡을 문제 삼은 것으로서, ‘조선 조정의 회유책’의 일환으로 이를 평가하여 왔다. 그러나 기존 견해에서는 제2차 도주 사건에 대한 언급을 누락하거나, 제1차 도주 사건에 관한 사료 해석에서 일부 사료 내용이 무시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관하여 필자는 우선 1397년 4월에 있었던 제2차 사건에서, 도안무사 박자안의 토벌 시도가 있었던 점에 관한 사료적 근거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당시 박자안의 토벌 시도가 조선 조정 내에서 극비로 취급되었던 점은, 조선 조정이 은밀히 그 토벌을 지시하였기 때문으로 보았다.
1396년 12월 말에 있었던 제1차 사건에 관해서는, 조선 조정이 최운해 등 도절제사들에게 항왜 토벌을 위한 군선 징집 등의 토벌 준비를 명하였으나, 도절제사들이 그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여 처벌받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유양은 항왜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승려 의운을 파견하였으나, 의운이 의도치 않게 항왜들에게 조선 조정에 의한 토벌 계획을 누설하여 항왜들이 도주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도 밝혔다.
1397년 전후 무렵에 있었던 조선 조정의 항왜 토벌 지시, 항왜들의 도주, 군관 처벌 등의 일련의 양상은 고려말 시기인 1375년(우왕원) 항왜 등경광의 도주 사건 당시의 모습과 거의 같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하였다.
나가온 왜구 집단의 투항은 애당초, 조선 조정이 이키・대마도 정벌군을 결성하였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왜구들의 투항 역시 정벌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왜구들은 투항 이후에도 자신들의 병력 및 병선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정도로 필요 최소한의 투항 모습만을 보이고자 했다. 조선 조정은 이러한 항왜들의 존재를 경계하였고, 그러한 경계심은 이들에 대한 토벌 시도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조선 조정의 항왜 토벌 시도는 그 배경 및 전개 과정으로 볼 때, 왜구들에 대한 ‘회유책’으로 파악될 여지는 전혀 없다고 보인다.
조선초 왜구 투항에 관하여 확인된 위와 같은 사실들은 ‘조선 조정의 회유책’을 위주로 하는 기존의 통설적 견해로는 설명될 수 없다. 기존의 통설적 견해 및 이에 근거한 조선초 향화왜인에 관한 연구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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