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월북 시인의 행방 = 카프 시인들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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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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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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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1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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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초기 북한 시문학의 시원을 이루는 카프계 시인들의 행방과 면모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남북한 시문학사의 연결 고리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카프 시절 계급이념을 토대로 한 문학적 논의를 전개했을 때 카프 계열은 창작상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논의 자체는 풍성했으며 지적 풍모 역시도 생생히 살아 있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보여준 이념 추구의 조급성은 남북한 문인 공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제 말기 친일이라는 오점은 시인들(특히 자발적으로 월북한)로 하여금 자신들이 선택한 신생 체제에 조건 없이 복무해야하는 상황으로 작용하였다. 임화의 경우 다른 카프계열 시인과는 다르다. 그는 남로당의 박헌영과 운명을 같이하게 되는데 피상적으로 이야기하면 국가와 국가 사이의 또 다른 국가를 꿈꾸었다는 점에서 그의 생을 일관하고 있는 낭만주의자의 면모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시기 그가 남겨놓은 작품들은 시와 이념의 문제를 인간 심리와 결합하여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이찬은 친일의 면죄부를 김일성에게 직접 부여받음으로서 스스로 신생체제에 적극 복무하게 된다. 당파성의 개념이 김일성 개인에 대한 찬양의 개념으로 바뀌는 시점에 시문학이 이에 어떻게 응해야 하는가의 모범을 보여준 시인이 바로 이찬이다. 박세영의 경우 는 자신의 이념을 끝까지 지킨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소위 비해소파의 일원으로 신념에 따라 월북하였으며 어떠한 숙청 사건에도 연유된 바가 없다. 그러한 사실은 그가 카프 시기부터 조직의 지도자나 문학이론의 선구자로서 앞에 크게 나선 바가 없다는 점과 고향이 남쪽이었다는 점 그리고 ‘김일성 전문시인’으로 불릴 만큼 김일성 체제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박팔양은 저널리스트의 면모를 끝까지 유지한 지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적극적인 친일은 아니더라도 일본에 협력하는 여러 발언과 행동만큼 월북 후에도 문학 운동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언론에 종사하여 객관적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았으며 따라서 김일성 찬양의 시를 노골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전쟁은 그의 저널리스트로서의 합리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고 종군작가로서 과업시 창작에 몰두하여 신생체제에 복무하기도 하였다.
북한 내에서도 김순석, 김상오를 위시한 서정시의 흐름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길 없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시기에 이들도 소시민 부르조아 근성 내지는 외국 이미지의 도용자로 숙청되게 된다. 신생체제에 복무하였던 시인들 가운데 일부는 남고 일부는 사라진 셈이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비유가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흔들리지 않는 문학론이 성립되기 전까지 북한 문학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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