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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화론의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한국에서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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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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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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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425(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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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사이 한국에서의 사회진화론의 기능적 특수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이 이론의 수용과정과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사상사의 관점에서 상관지어 연구한다. 사회진화론 수용의 한국적 특수성은 서구의 사회진화론과의 비교연구를 통하여 보다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본고는 서구사회에서의 시회진화론의 전개과정과 그 정치사회적 역할을 우선적으로 살펴본 뒤, 구한국에서의 사회진화론의 기능을 검토하게 된다.
사회진화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당시의 정치 사회 경제적인 제현상을 해명하기 위해 활용되던 매우 보편적인 시각이었지만, 그것이 한 국가의 국제관계상의 입지에 따라 전혀 상이하게 수용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매우 개별적인 시각이었기도 하다. ‘강자’인 서구산업열강에서의 사회진화론은 의사 생물학적 기반 위에서 각종의 사회적 불평등과 인종간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하였던 데 반하여, 제국주의국가들의 세력확장 위협에 직면하고 있던 ‘약자’인 한국 등의 경우에는 ‘약자’가 ‘강자’가 되기 위한 ‘자강’의 논리체계로서 기능하게 된다.
사회진화론의 서구적 원형에 비추어 볼 때 ‘자강’론으로 발전한 사회진화론의 한국적 수용은 이론상 모순적인 변형이다. 왜냐하면 그 원형이론은 ‘강자’와 ‘약자’간의 불평등이란 것은 처음부터 자연에 의하여 고정되어 있으며, 어떠한 의식적인 행동과 조처에 의해서도 결코 제거될 수 없고 또 되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하는데 반하여, 한국에서의 이론은 그같은 전제를 부정하고 약자의 자강도모를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모순적인 이론변형이 한국에서의 사회진화론의 기능적 특수성을 규정짓는다. 서구에서의 사회진화론 대두의 사상사적 배경이나 사회적 문맥과는 별다른 상관없이 한국의 사회진화론은 그 수용초기부터 ‘부국강병’이라는 국가적 대의명분에 봉사하기 위한 계몽가들의 임의적 수용에 따른 선택적 토착화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 가장 현저한 특징이 원형적 사회진화론과 이론적으로 양립불가능한 민권사상과의 상호보완적 결합관계이다. 이러한 결합은 한국의 애국계몽사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사회진화론은 국가 근대화의 필요성과 자주독립을 위한 적절한 행동방침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경영방략으로서 ‘강자’가 되기 위한 실력양성운동을 전개하고 계몽운동으로서 유교사상과 그 전통이 지닌 전근대적인 요소를 비판함으로써 근대적인 국가사상과 민권사상의 보급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데 일정하게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사회진화론이 수행한 이같은 대체로 긍정적인 기능과는 달리 사회진화론은 한국사회에서 부정적인 기능을 또한 역사적으로 노출시켰다. 친일적인 사회진화론자들은 사회진화론을 원용하여 당시의 국제환경을 황인종과 백인종간의 인종싸움의 시기라고 단언하고 황인종 사이의 반목이 백인종의 아시아 침탈과 지배를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일본을 맹주로 하는 황인종의 단결주장과 독립보다 긴박한 한반도근대화를 위한 일본연대의 필요성 주장을 제시함으로써 ‘강자’일본의 제국주의를 ‘약자’ 논리로써 정당화하였다. 그리고 대외적 생존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국권에 대한 상대적 강조로 말미암아 민권을 이차적인 우선순위에 배정해 놓음으로써 민권운동의 전개가 국가의 독립이라는 과제아래서 제한 또는 회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 간과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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