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강화회의와 신한청년단의 활동: 민족자결주의의 수용과 좌절 = Paris Peace Conference and New Korean Youth Group's activities: Acceptance and frustration of national self-determination-
저자
이규수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한국학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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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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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20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75-111(37쪽)
제공처
1919년, 한국의 3・1운동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는 민족자결주의와 파리강화회의의 향방에 따른 국제 정세의 변화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를 위해 1919년 1월부터 6월까지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에서 30여개 국가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파리강화회의가 개최되었다. 강화회의의 원칙은 휴전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독일 정부가 수락한 윌슨의 14개 항목이었다. 한국강점 이후 ‘독립의 길’을 모색하던 민족대표들에게 ‘민족 자결’이라는 소식은 독립을 위한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민족대표를 파견해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 지배정책을 고발하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외교 활동에 주력했다. 이 가운데 가장 활약을 펼친 그룹은 상하이의 신한청년당이었다. 신한청년당은 김규식을 파리로 파견해 각종 청원서를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김규식 일행은 파리강화회의 회의장에 참가는 물론, 청원서 자체의 수령도 얻어내지 못했다. 민족자결주의는 예상대로 모든 식민지에 적용되지 않고 전승국의 논리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파리강화회의가 진행되는 사이, 국내에서는 3⋅1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민족대표는 비폭력⋅무저항주의에 입각한 평화적 시위와 열강에의 독립 청원을 통하여 한국의 독립을 얻어내려 한 것이지만, 이러한 운동방식은 결국 열강 간의 타협과 양보를 전제로 하여 식민지 문제의 점진적, 평화적 해결방법을 모색했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를 그대로 따른 셈이었다.
파리를 무대로 전개된 민족대표들의 독립외교운동은 시도했던 사업의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성과 없는 실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계에서 민족대표의 파리 외교 활동은 일본의 부당한 식민지 지배의 실상을 알리고 독립의 필요성을 주지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파리에서의 경험과 좌절은 이후 민족운동의 전개과정에서 발전적인 모습으로 소생되었고, 또 다른 독립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인 교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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