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 신문연재소설 연구 = A Study on Son Chang-seop's newspaper serial novels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2013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2013. 8
발행연도
201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KDC
810 판사항(4)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ii, 146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이동하
참고문헌 : p. 135-143
소장기관
<국문초록>
본고에서는 손창섭이 발표한 신문연재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서사에 나타난 특징들과 더불어 인물들의 욕망발현 양상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1950년대에 발표된 신문연재단편소설 세 편과, 도일 직전까지 신문에 연재했던 장편 10편을 분석했다.
먼저 손창섭은 1949년부터 1950년 후반까지 총 세 편의 단편소설을 신문에 연재한 바 있었다. 구체적으로 「얄구진 비」에서는 1950년대 단편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우울한 분위기와 ‘~것이다’의 문체, 그리고 병적인 인간상 등이 작품에 내재되어 있었는데, 인물들은 자기모멸의식과 자기 부정을 통한 세계 인식, 법적 질서에 대한 부정의식을 드러냈다. 「모자도」의 경우는 『신의 희작』의 유년기적 풍경을 보여주면서, 어머니에 대한 부정의식을 승화를 통해 이겨내고 있었다. 「미스테이크」에서는 권력자들의 부패함, 윤락녀와의 관계 맺음, 부정한 씨앗이라는 출생의 비밀 등의 내용이 서사에 고루 담겨 있었다.
앞의 두 작품이 1950년대 손창섭 단편소설에 나타나는 특징들을 고루 담고 있었다면, 「미스테이크」는 1960년대에 발표된 신문연재장편소설들의 주된 서사를 담고 있었다. 곧 1960년대 장편들의 서사와 공통분모를 갖는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미스테이크」를 시작으로 손창섭은 1960년대 장편들에다 질서화된 세계 부정, 금지된 사랑에의 욕망, 여성을 바라보는 주체들의 이중적 시선, 결혼에 대한 유보적 태도, 혈연관계의 부정에 따른 계약가족의 형성, 인간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된 현실도피의 양상들을 구체화시켰다.
Ⅲ장부터는 1960년대에 발표한 손창섭의 신문연재장편소설들을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했다. 먼저 손창섭의 인물들이 질서화된 세계에 대한 부정의식을 표출하는 데 주목하였다. 부정한 세계 인식을 통해서 인물들은 그 반항기제로 법적 질서를 거부하거나 금지된 사랑에의 욕망을 키우면서 쾌락적 세계를 갈구하였다. 인물들의 행위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의식이 발로된 것이었으며, 그것은 제도권의 타락상을 고발하는 장치로도 해석되었다. 인물들이 부정의식을 갖게 된 것은 부모들이 부적절한 성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낳았기 때문이다. 태생부터가 ‘불순한 씨앗’이라는 근원적 상처는 인간관계를 뒤틀어버리거나 스스로를 타락의 길로 걸어가게 하는 부정성을 낳았다. 이에 인물들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결혼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성향을 보였다. 또한 합일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바라봄을 통해 쾌락적 세계를 탐닉하는 양상도 보였다.
Ⅳ장에서는 욕망하는 주체가 법적 질서에 의해서 합일이 금지된 여성들을 시선과 응시를 통해 관계 맺고자 하는 것을 주목하였다. 먼저 인물들은 시선을 통해 이상적 타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 대상과 합일하고자 하는 무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대상이 금기시된 것이기에 주체들은 ‘응시하는 눈’을 의식하면서 도덕적 수치심을 유발하게 되었다.
또한 남성들의 시선에 포착된 여성들은 크게 ‘성녀’와 ‘요부’의 형상을 띠고 있었는데, 전자로 묘사되는 순결한 여성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주체성이 ‘동정증명서’와 ‘처녀성’으로 은유화되고 있었다. 남성들은 여성을 사랑하는 대상으로서 인식하면서도 상징계의 법이 증명해주는 ‘동정’과 ‘처녀’가 확인되지 않으면 아무리 순결하다고 하더라도 대상 자체를 포기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와는 반대로 남성들이 덧씌운 성적 환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여성 인물들은 스스로 쾌락적 주체가 되어 남성의 질서에 반하는 일탈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사랑 계약서’를 통해서 운명적인 인간관계를 부정하는 양상도 드러냈다. 이러한 양상들이 결국에는 가족의 구조를 해체시키거나 인간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드는 데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Ⅴ장에서는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인간관계가 해체되면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재구성되는 현상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모든 인간관계가, 심지어는 혈연으로 결속된 인간관계가 필요에 의해 선택될 수 있는 계약관계로 전락하고 그 과정에서 유사가족이 탄생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인물들은 가족과 인간관계의 해체를 야기한 도시·자본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그곳을 벗어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아예 귀농을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제도화되고 세속화된 세계를 부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알 수 있는바, 손창섭은 196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대중과 소통하며 신문소설을 연재했던 작가였다. 손창섭은 ‘신문’이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전후의 병적인 인간상과 우울한 현실, 인간에 대한 모멸 의식과 불구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의 문학적 세계의 장을 확장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윤리의식의 마비, 퇴폐적 욕망의 분출, 가족의 해체 위기 등을 통해, 역으로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의 불합리함을 고발하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손창섭의 1960년대 신문연재장편서사를 단순한 대중성과 오락성으로만 폄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문연재소설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회 독자들로부터 간섭을 받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작가는 작품의 원래 취지와 문제의식, 서사의 방향성을 일부 수정해가면서 작품을 연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손창섭은 1950년대에 보여주었던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1960년대 신문연재소설에서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1950년대에 병적으로 그렸던 인물군상이 1960년대에는 도시적 삶과 연결되면서 보다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기에 손창섭의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손창섭의 1960년대 신문연재소설은 인간에 대한 면밀한 천착을 함으로써 욕망과 연결시켰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를 문제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손창섭 신문연재소설의 가치는 인정된다고 하겠다.
이상의 논의와 더불어 남은 과제도 있다. 최근에는 손창섭의 개인사가 여러 증언과 문건들을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또한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작품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에, 이를 발굴하여 재정리·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1960년대에 발표된 그의 수많은 신문연재장편들에 대한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연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실제로 손창섭의 1960년대 소설에서는 당시 국가가 강요했던 이데올로기를 엿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사회학적인 관점과 결부시키면 1960년대의 ‘도시’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신문연재소설이기에 독자들의 반응을 무시할 수가 없는바 독자를 인식한 글쓰기의 의미와, 둘 사이의 상관성을 분석한다면 손창섭은 ‘1950년대’를 벗어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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