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경제특구의 작업장 문화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연세대학교 대학원, 2013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 사회학과 2013. 8
발행연도
201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Workplace culture in gaeseong industrial complex as special economic zone
형태사항
vii, 201 p. : 삽화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현미
소장기관
개성공단은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인 2002년 「7.1 조치」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2004년 시범단지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123개의 남한 기업에 5만 3천여 명의 북측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으며,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된 경제 사업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간 화해와 번영을 목적으로 양 정부의 정치적 합의에 의해 시작된 경제협력 사업이다. 또한 개성공단은 북한의 정책적 기술에 따라 세제혜택 등의 제도적 특혜가 적용되고 특별히 구획화 된 경제특구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은 남북 분단의 정치적 특수성을 배태한 경제협력의 성격이 두드러진 경제특구 사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서구(1세계)-비서구(3세계) 결합의 경제특구와 경제개방·개혁 목적의 중국·베트남 경제특구와는 차별성을 보이는 특수한 경제특구이다. 앞의 두 가지 형태의 경제특구는 경제적 위계관계와 불평등 관계에 기반하여 형성되는 데 반해, 개성공단 경제특구는 남북협력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기반하여 행위자 간 평등한 협상과 접촉의 평등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경제체계 하에서의 일반적인 경제특구와는 차별성을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개성공단 경제특구의 특수성에 기반하여 남북 노동행위자들이 구축해온 개성공단 작업장 문화의 진화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개성공단에서의 현지조사의 제약 때문에 주로 문헌조사와 개성공단 작업장 참관 그리고 심층면접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며, 심층면접 연구참여자는 남측 입주기업 및 관리위원회 관계자와 북한에서 노동경험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이다. 개성공단은 분단의 정치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체제의 충돌과 긴장이 잠재해 있으며, 언제 어떠한 제재가 내려질지 모르는 불예측적이고 불안정한 구조이다. 또한 남북의 체제와 문화의 차이는 상호간 충돌과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입주기업들은 작업장의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완화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활동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정화 기제’를 고안하였고, 그것이 개성공단 작업장 문화로 구축되고 있다. 안정화 기제의 작업장 문화가 남북의 이데올로기 충돌과 정치적 갈등·긴장이 상존하는 개성공단의 구조적 제약을 해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 논문은 남북노동행위자들의 대면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성된 안정화 기제들이 정치적 영향력에 의한 개성공단 작업장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밝히고자 한다.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정부는 개성공단 경제특구를 남북의 화해와 공존을 위한 민족적 숙원사업으로 담론화하여 경제적 이해보다는 정치적 의미와 가치를 중요시하였다. 북한 정부는 이데올로기적 통제방식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체제 확산 방지를 위한 내적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는 통치기술을 적용하였다. 또한 개성공단은 자본주의-사회주의 국가 간 결합의 경제특구가 체제개방·개혁으로 이어지는 일반적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따르는 일반적인 경제특구와는 차별적인 개성공단 경제특구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둘째, 개성공단 작업장의 노동력 구성은 여성노동력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의 여성화 현상이 뚜렷하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계가 결합된 개성공단에서도 성적고정관념과 성별직종분리현상이 뚜렷한 성별화된 노동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북한의 집단주의 노동관과 개인적 성과중심의 자본주의 노동관이 혼재된 작업장 문화와 수평적 노사관계라는 구조적 특성을 보인다.
셋째, 입주기업들은 남북의 정치적 갈등과 가치 충돌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방식을 통해 작업장의 안정화 기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투 트랙 체제(two-track system)’로 명명될 수 있는 노동관리 방식과 문화전략을 적용한 다양한 제도적·문화적 안정화 기제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개성공단 작업장 문화로 구축되고 있다. 개성공단 작업장 문화는 상이한 체제와 문화가 공존하는 접촉지역의 문화적 창조성과 민족적 동질성에 기초한 남북 노동행위자들의 대면적 접촉의 상호작용에 근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본 논문에서는 북한 연구의 제한적 특성상, 개성공단 작업장 문화를 형성하는 주요 행위자인 북측 노동자들의 경험은 반영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작업장 문화는 작업장 노동주체들의 상호작용과 노동의 일상적 경험들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 사업이나 남북 통합의 과정에서 정치적 거시구조와 담론의 틀에서 벗어나서 논의와 사고의 틀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논문은 적대관계였던 남북이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갈등을 조정·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남북 간 상이한 두 경제체제의 공존 가능성과 점진적인 경제통합 가능성의 함의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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