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지식 : 한복음 신앙론 연구를 위한 인식론적 고찰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2009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 신학과 2009. 2
발행연도
2009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116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문경
소장기관
본 논문의 제목은 『믿음과 지식』- “요한복음 신앙론 연구를 위한 인식론적 고찰”이다. 이 논문은 최근 들어, 기독교가 세상의 지탄이 되고 있는 현실 을 문제삼고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것은 “믿음”이며 그 “믿음”을 소유하고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위 “믿음의 복음서”로 알려져 있는 요한복음을 채택하였다.
특히 요한복음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의 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은 부활 이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의 “믿음”과 부활 이후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의 “믿음”이다.
우선, 부활 이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의 “믿음”이다. 이 시기의 “믿음”은 경험적인 현상과 합리적인 사유를 통해 확보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행해진 “표적”이라는 초경험적인 사건은 그것을 눈에 보이는 경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제자들과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믿음”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오천명 급식이적”같은 인간의 이성과 수학적 헤아림을 뛰어넘는 초경험적인 사건은 그것을 인간적인 차원에서 해석하려 했던 제자들과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믿음”을 촉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며, 본 논문은 요한복음에 나온 경험적인 현상과 합리적인 사유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결과, 다른 공관복음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요한복음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세 명의 인물 - 니고데모, 빌립, 도마 - 을 모델로 삼았다. 그들은 요한복음에서 합리론자의 모습으로 또한 경험론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참고로, 합리론과 경험론은 대립적인 용어인데, 그 두 성향이 한 인간 속에 함께 내재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다양한 성향을 가진 존재임을 시사한다.
첫째로, 니고데모는 3:1-12에서 합리론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위로부터의 남”에 대하여 말씀하시지만, 니고데모는 그것을 비합리적인 사유로 취급한다. 그는 4절과 9절에서 동일한 부사구 “pw/j du,natai”를 사용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그 말씀이 비합리적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니고데모를 합리론자로 확정할 수 있다.
또한 니고데모는 2:23-3:2에서 경험론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곳에서 니고데모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표적”을 보고 믿은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그는 그가 보고 알아왔던 표적과 그의 행위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께로부터 온 선생”임을 확신했다. 이에 관하여, 본 논문은 본문에서 사용된 oi;damen 즉, “oi;da”(안다)라는 단어에서 그가 명백히 예수 그리스도의 표적에 의존하는 실증주의적이고 경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본 논문은 니고데모를 경험론자로 확정할 수 있다.
둘째로, 빌립은 6:1-15에서 합리론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표적을 보고 쫓아온 많은 무리들을 보시고 그들의 식사 해결을 위해 빌립에게 질문하신다. 그 때 빌립은 수학적인 판단을 가지고 속히 계산을 하였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람을 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예수 그리스도께 말씀드린다. 특히 “200 데나리온”과 “오천명”이라는 숫자가 나왔고 그 수를 바탕으로 계산했던 니고데모는 확실히 계산주의적인 사람이었다. 따라서 본 논문은 빌립을 합리론자로 확정할 수 있다.
또한 빌립은 14:7-9에서 경험론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너희가 아버지를 알았고 보았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빌립은 주저없이 “아버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본 논문은 특히 7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용하신 “보다”(o`ra,w)와 8절에서 빌립이 사용한 “보다”(dei,knumi)와의 구별을 주목한다.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초경험적인 인식의 차원에서 “너는 나를 통해 아버지를 보았다”라고 말씀하시지만, 빌립은 경험적인 인식의 차원에서 “아버지를 보여달라”고 계속 요청하는 것을 발견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아버지를 보여 달라”는 빌립의 질문을 통해 그를 경험론자로 확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마는 14:1-7에서 합리론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의 처소를 예비하기 위해 아버지께로 가고 “그 길”을 제자들이 안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도마는 “그 길”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5절을 살펴보면, “pw/j”(어떻게)라는 부사의 사용과 “oi=da”(안다)라는 동사의 사용을 발견하게 된다. “pw/j”(어떻게)의 사용은 앞에서 살펴 본 니고데모의 합리적인 질문을 생각나게 한다. 또한 “oi=da”(안다)라는 동사의 사용은 예수님께서 7절에서 사용하신 “ginw,skw”(안다)과 대조를 이룬다. 영적인 차원에서의 인식해야 할 “그 길”에 대한 인식을 도마는 이성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도마를 합리론자로 확정할 수 있다.
또한 도마는 20:24-29에서 경험론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특히 25절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여기에서 본 논문은 “보다”라는 동사의 다양한 사용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제자들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용한 “보다”(o`ra,w)는 인간 경험을 초월하는 존재를 보는 더 높은 차원의 “보다”인 반면에, 도마가 사용한 “보다”(oi=da)는 지극히 인간 경험적인 대상을 보는 낮은 차원의 “보다”이다. 따라서 “보다”(oi=da, o`ra,w)라는 동사의 의미를 연구한 결과, 본 논문은 도마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차원에서 보기를 원했음을 발견하고 그를 경험론자로 확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본 논문은 이 세 인물의 경험적인 성향과 합리적인 성향을 살펴보았다. 부활 이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던 그들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경험”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성적 사유”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고 그를 통해 나타난 표적들을 보았다. 이것들을 통해 그들의 오해는 조금씩 사라지고 “믿음”이 촉발되는 결과가 생겼다. 하지만 요한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믿음”은 그 보다 더 성숙한 “믿음”이다. 그러한 “믿음”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가?
그것은 부활 이후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의 “믿음”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본 논문은 20장 25절, 28절 그리고 29절을 주목한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은 25절에서 “우리가 주를 보았다”라고 고백한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저 인간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주님”으로 믿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확인한 도마는 28절에서 “나의 주님이시고 하나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한다. 제자들의 고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도마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이전에 생각했던 그 분이 아닌 “주님”이시고 “하나님”으로 믿어지게 되었다. 이는 제자들과 도마가 예수 그리스도를 인식함에 있어 부활 이전에는 합리론적이고 경험론적으로 인식하였다면 부활 이후에는 성령의 빛 아래에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제자들과 도마처럼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성령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느끼고 경험하며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마와 같은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주님이시고 하나님이십니다.” 이러한 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말씀하신다.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들은 복이 있다.”
본 논문의 연구 범위를 근대 철학과 요한복음에 국한한다. 특히 본 고는 근대 철학 중에서도 17세기 신고전주의, 계몽주의가 대두되면서 이신론의 거센 조류를 타고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 “이성”을 중시하는 대륙의 합리론, 그리고 합리론에 반하여 베이컨, 로크, 버클리, 흄 등 “경험”을 중시하는 영국의 경험론 그리고 이 둘을 연구하고 비판하며 종합시키려했던 칸트의 인식론의 관점에서 연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본 논문은 요한복음 안에서 다른 복음서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등장한다 하여도 그 역할이 미비한 인물들 중에서, 일부를 합리론자와 경험론자로 상정한 후, 그들의 말과 행위에 묻어나오는 “합리론적 성향”과 “경험론적 성향”을 파악하고 연구한다. 합리론자로는 니고데모(3:1-12), 빌립(6:1-15), 그리고 도마(14:1-7)를 선정하고, 경험론자는 니고데모(2:23-3:2), 빌립(14:7-9), 그리고 도마(20:24-29)를 선정한다.
여기에서 사용된 “지식”은 철학적 용어로, “이성”(이성적 인식)과 “경험”(경험적 인식)을 통해 얻은 인식을 나타낸다(참고로, 여기에서 말하는 이성과 경험은 신앙이나 영적인 면이 배제된 것임을 전제한다). 인간은 이성적 혹은 합리적으로 이해되어야만 그리고 경험적으로 확실해야만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한복음에 나타난 니고데모, 빌립, 도마는 이러한 인간적인 인식(지식)으로 신적인 인식(“믿음 혹은 신앙”)을 가지려고 한다.
물론, 인간의 “이성”과 “경험”이 “믿음”을 촉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정 우리에게 원하시는 “믿음”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요한복음 20:29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도마에게 하신 말씀인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들은 복 되도다”를 생각하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믿음”이 있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고 회복해야할 것이며 이 시대를 밝게 할 수 있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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