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인 보화 비유와 진주 상인 비유 연구 : 믿음과 행위의 구원론적 관계성을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서울 : 한영신학대학교 대학원, 2003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한영신학대학교 대학원: 신약신학전공 2004. 2
발행연도
2003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KDC
231.4 판사항(4)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106p. : 삽도 ; 27cm .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p. 104-106
소장기관
감추인 보화 비유와 진주 상인 비유는 동일한 주제와 동일한 내용을 가진 '쌍둥이 비유' (Twin parables)가 아니라 아래와 같이 상이한 주제와 상이한 내용이 절묘한 신학적 조화를 형성하는 소위 '동반비유' (Companion parables)이다.
◁표 삽입▷(원문을 참조하세요)
위 도식에서 볼 수 있듯이 두 비유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은 첫째, 비유 서두에서의 비교점의 차이, 둘째, κρν`πτω, xaρα^ζ, κaλον`ζ, πωλει^와 πε´πρaκεν 등의 주요 어휘소들의 현격한 차이, 셋째, 시제의 차이와 시제에 따른 비유 유형의 차이 등을 통해 두 비유의 상이점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두 비유의 텍스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구성 요소들 간의 뚜렷한 상이점들은 두 비유가 결코 동일한 비유로 예수에 의해 발설되었거나 동일한 비유로 마태에 의해 편집된 것이 아님을 함축한다. 이러한 두 비유의 상이점들은 단순한 차이를 넘어서 상호 간의 절묘한 신학적 조화를 통해 바울 신학과 복음서 신학을 관통하는 통전적 구원론을 제시하고 있다.
감추인 보화 비유는 보화 획득의 은혜성을, 진주 상인 비유는 진주획득의 공로성을 각각 주제로 한다. 진주 획득의 공로성은 그리스도의 대속 사건의 공로성을, 보화 획득의 은혜성은 종말적 구원 완성에 있어서 믿음과 행위의 역할을 각각 진술한다. 감추인 보화 비유에서 신자의 믿음은 천국의 가치 인식 및 동의의 차원을 넘어서 천국에 내재되어 있는 신적 공로-그리스도의 대속-의 인지 및 동의이며 행위는 이 믿음에 근거한 당위적 열매인 신자의 소유 처분-신의이행의 삶-이다. 천국 안에 내재되어 있는 신적 공로를 인지하고 이에 인격적으로 동의한 자는 그 신적 공로에 응답하는 당위적 열매(반응적 은혜성)를 맺게 된다. 이 당위적 열매가 마태복음서의 산상설교에서는 '신의이행' 또는 '더 나은 의' 로 설명되고 산상설교 밖에서는 '제자도' (마16:24), "지극히 작은 자를 향한 선행" (마25:40)으로, 또한 요한복음서에서는 '밀알의 죽음' 으로, 그리고 바울 서신에서는 "예수를 위해 죽음에 넘기움" (고전4:11) 등으로 서술되고 있는데 이 서술들은 모두 종말적 구원과 직결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당위적 열매가 단순한 인과론적 관점에서 믿음을 확인하는 리트머스지가 아니라 신자의 종말적 구원 완성에 간접적 필수적 요소로 참여하고 있음을 말한다.
두 비유에서 믿음과 행위는 바울 신학의 이신칭의 구원론에서 믿음과 행위의 어색함을 청산하고 완벽한 조화와 합일을 통해 종말적 구원을 완성한다. 두 비유에서 믿음은 천국의 가치 인식 및 동의의 수준을 넘어서 천국의 은혜성 인식 및 동의이며 행위는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전제 조건 또는 인과론적 관점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과 함께 종말적 구원 완성에 참여하는 종말적 행위(Eschatological Works)이다. 믿음은 행위를 통해 일하고 행위는 믿음을 근거로 종말적 구원에 믿음과 함께 참여한다. 보화를 발견한(믿음의 국면) 농부가 현재적 소유 처분(행위의 국면)을 통해 보화를 매일매일 획득하듯(종말적 구원의 현재적 경험) 천국을 발견한 신자는 신의이행을 통해 종말적 구원을 매일매일 획득한다. 신적 공로에 자발적 신의이행의 삶으로 응답하는 자, 그 삶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되는 자, 신의이행을 실천함에 있어서 시간적 상황적 대인적 차별이 없는 자, 바로 신의이행의 영원한 현재성을 나타내는 자, 그가 천국을 진정으로 소유한 자임을 두 비유는 진술한다. 자발적 신의이행의 영원한 현재성, 이것이 나무를 알게 하는 이실지목의 열매다.
그러므로 두 비유의 구원은 "값없이 얻는" 구원이 아니라 "값있이 구입하는" 구원이다. 농부는 소유 처분이라는 그의 자발적 공로로 보화가 은폐된 밭을 구입함으로써 보화를 획득한다. 여기서 농부의 공로는 보화 획득을 위한 의도적 직접적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간접적 필수적 요소(절차)로서 보화 획득에 참여한다. 믿음(천국의 은혜성 인지 및 동의)에서 출발한 신자의 행위(신의이행)는 간접적이며 필수적 요소(절차)로서 종말적 구원을 완성한다. 따라서 신자는 은혜로 주어진 구원을 그의 행위로 구입하는 것이다. 천국의 본질적 은혜성-신적 소유처분-을 인지하고 동의하는 자는 그에 대해 반응적 은혜성-인적 소유처분(신의이행의 삶)-으로 응답함으로써 천국을 구입한다. 그러나 천국의 은혜성에 대한 인지와 동의가 없이 천국의 혜택만 인지한 자는 신의이행의 삶이 없이 천국을 얻으려 한다. 그는 "값없이 구입하는" 천국을 "값없이 얻으려" 한다. 구원을 값없이 얻으려는 자들에게 행위는 무의미하며 산상설교의 윤리는 거추장스런 장식품일 뿐이다. 그들에게 제자도나 신의이행의 삶은 소수의 사명자들의 숙명으로 치부되고 그들의 열정적인 종교활동과 업적은 내세에서의 구원을 위한 인위적 공로로 둔갑하여 그들에게 값싼 위안을 준다. 천국을 값없이 얻으려는 이들에게 은혜는 값싼 은혜다. 행위 없는 믿음, 따름 없는 고백, 고난 없는 부활, 십자가 없는 영광, 이 모든 것이 천국을 발견했으되 천국의 혜택만 주목하고 그 안에 있는 신적 공로에 대한 진실된 인지와 인격적 동의가 없는 싸구려 은혜다. 이들은 산상설교의 '아노모스' 들이 고(마7:21), 입으로는 시인하나 행위로는 부인하는 자들이며(딛1:16), 종말적 구원에 이르지 못하는 죽은 믿음의 소유자들이다(약2:26).
풀러신학교 김세윤 교수는 지난 1989년 한국교회문제연구소 주최 제4회 한국교회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그의 논문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실존」에서 산상설교의 가르침의 적용에 대한 한국교회의 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역사 속에 시작된 '자기를 내어줌' 이라는 하나님 나라의 현실들 (realities:Wirklichkeiten)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통해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미신' (Superstition)에 불과하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그의 진단에 의하면 '자기를 내어줌' 이라는 하나님 나라의 현실에 미온적인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소유 처분 없이 보화를 현장 착복하려는, 즉 종말적 구원에 이르지 못하는 '사신' (dead faith)일 뿐이다.
본 논문은 그 동안 학계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한 두 비유가 함축하는 구원론적 주제들을 정리하여 이신칭의 교의와의 발전적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토대로 해서 복음서 신학과 바울 신학을 통합하는 통전적 성서적 구원론의 단초를 제시하고자 했다. 이 졸고를 계기로 한국교회 및 세계 신약학계가 행위구원적 색채를 이유로 기경(cultivation)을 기피했던 복음서 신학의 밭에 묻혀 있는 진리의 보화를 캐내어서 이신칭의 일변도의 구원론이 빚어낸 믿음과 행위의 어색한 조화와 그로 인한 신학적, 신앙적, 교회적 혼란을 바로잡음으로써 지구촌 그리스도인들이 값비싼 은혜를 값없이 구입하는 진정한 부흥의 그 날이 오기를 갈망하며 486주기 종교개혁주일에 탈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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