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학습자의 대학원 생활에서 나타나는 일-학문 교차경험에 관한 연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7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교육학과 평생교육전공 2017. 8
발행연도
2017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374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boundary-crossing experience between work and academics from adult learners' graduate schcool
형태사항
x, 198 p. : 삽화 ; 26 cm
일반주기명
참고문헌 수록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이 연구는 대학 졸업 후 일터에 나갔다가 다시 대학원으로 회귀하는 성인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일의 세계에서 학문세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독특한 학습양상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이성을 발견하였다. 첫째, 이행과정에서 학습자들은 일의 세계와 학문의 세계가 이질적으로 중첩되는 상황, ‘교차영역’에 놓이게 되며, 이는 학습자들이 독특한 경험을 하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둘째, 이들이 경험하는 이질적인 학습의 양식, 즉 일기반학습과 학문기반학습이 서로 간섭하며 서로를 끌어당기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 논문은 성인학습자가 교차영역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과 학문 간 교차경험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제기하였다. 첫째, 일터 경험을 가진 성인학습자들은 왜 다시 학문세계로 돌아오려고 하는가? 이들에게 학문세계와 일의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둘째,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일터의 선경험은 대학원에서의 학습경험에 어떻게 간섭하는가? 셋째, 일터 경험을 가진 성인학습자들이 경험하는 학문중심 대학원 학습의 특징은 무엇인가?
연구의 발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인학습자들로 하여금 일터에서 벗어나 대학원으로 이행하도록 추동하는 동력은 크게 일터 경험의 문화적 차원 및 개인적 차원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우선 문화적 차원에서 그들은 일터에 대한 한계와 함께 일터에서 대학원의 학위가 보이지 않는 역량의 지표로서 그리고 활동의 참여 수준의 결정하는 암묵적 권력으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경험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놓여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 권력으로서 대학원을 선택하고 있었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이 전문가트랙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실천과 이론이라는 두 가지 층위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실천적 지식으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전문적 지식에 대한 요구와 함께 자기 내부를 관통하는 이론적 지식체계의 확립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 대학원은 이론적 지식을 외부에서 수혈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둘째, 대학원에 진학한 연구참여자들이 대학원의 학습과 연구라는 중심적 활동으로 바로 진입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일터에서의 선행경험과 대학원의 경험이 중첩되는 교차영역을 경험하게 된다. 그 안에서는 일과 학문이라는 두 가지 다른 활동체계가 서로 간섭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로 인해 연구참여자들은 지식, 학습, 활동의 차원에서 두 세계의 차이, 즉 일과 학문의 경계를 인식하게 된다. 또한 각각의 세계가 학습자를 서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을 경험하며 어느 한쪽으로 쉽게 위치이동하지 못하는 이중구속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연구참여자들은 교차영역의 이중구속 상황에서 일의 세계와 학문의 세계, 일학습양식과 학문학습양식의 공존으로 인해 그것들 간의 간섭을 본질로 하는 독특한 양상의 학습과정을 장기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이행과정’은 A에서 B로의 단선적이 전환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교차영역’에서의 이질성의 공존 및 교섭으로 재개념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학습자들은 교차영역에서 이러한 충돌과 간섭들을 경험하는 가운데 일종의 ‘경계인으로서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은 (1) 각각의 영역에서 일과 학문에 대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됨과 동시에 (2) 그러한 충돌과 어긋남을 경험하는 지점들을 객체화하고 대상화하여 사유의 영역으로 끌고 온다. (3)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이들이 온전히 대학원 생활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힘으로도 작동한다. 즉, 이행과정에서 경험하는 경계인식과 충돌 속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어느 한쪽에도 완전하게 참여하지 못한 채 주변적 위치에 머무르게 된다. 주변적 위치에서 그들 자신을 ‘직장인 학습자’, 즉 직장인도 학습자도 아닌 그 중간자적 위치로 규정하면서 집단적으로 타자화하고 성찰하며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경계적 위치는 대학원 참여과정의 장애요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넓게 본다면 직장인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경험하게 되는 경로적 특성으로, 향후 성인학습이 주목할 새로운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경계적 위치에서 자기 배움의 목적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자신의 지향과 정체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다시 묻고 있었다.
넷째, 지식의 차원에서 볼 때, 교차영역에서 경험하는 일터 지식과 학문 지식 간의 간섭현상은 두 지식 간의 ‘순환적 사유’를 추동한다. 일터 경험이 학문학습을 통해 재해석되는 경험은 그것이 이론적 학습과정에서 분석되고 해석되는 일방향적 사유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이해된 경험을 토대로 다시 이론적 지식을 구성하는 순환적 사유의 경험이었다. 그 순환적 사유 과정 속에서 연구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알아가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성장을 경험한다. 그 경험은 현장이라는 맥락적 조건의 한계를 벗어나는 성장의 가능성이며, 개념적 사유의 경험 속에서 확장된 이해와 해석의 틀은 새로운 문제의 설정과 해결을 위한 지식 구성의 기회가 된다.
이 연구에서 드러낸 교차영역은 이중구속으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위치를 기반으로 한 성찰적 학습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학습조건이다. 이행을 결정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일터로부터의 원심력과 익숙해진 활동으로 인한 일터의 구심력,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경험하는 학문적 활동이 이끄는 힘 등이 양방향으로 함께 작용하며 대학원으로의 위치전환을 어렵게 한다. 양방향으로 동시에 작용하는 힘은 어느 한편으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중구속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교차영역은 일터의 활동체계를 성찰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연구참여자들이 학문으로의 이행과정에서 주변적 참여자이자 소수자로서의 위치를 경험하도록 한다. 또한 교차영역은 일과 학문이 중첩되어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하며 교섭하는 공간이다.
교차영역에서의 경험은 첫째, 학문적 활동에 익숙해지기 위한 도구적 성찰과 동시에 거리와 위치전환으로 인해 활동체계 자체 및 자신의 활동 의미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중층적 성찰 구조를 갖는다. 둘째, 이질적인 두 개의 활동체계가 교섭하는 과정에서 일터에서의 선행경험이 객체화되고, 이를 토대로 다시 학문 활동을 대상화하여 사유하는 순환적이고 양방향적인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일터에서의 선행 경험을 매개로 집단적 타자화를 통한 성찰과 낯선 장으로의 진입과정에서 집단의 역량을 걷어낸 개인적 차원의 성찰이 이루어지는 이중적 성찰을 구조를 가진다.
거시적 맥락에서 볼 때, 교차영역은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지식이 교섭하며 지식의 확장적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하나의 가상적 실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의 양적 확장과는 다른 두 가지 차원의 질적인 전환과정으로 나타난다. 연구참여자들은 우선 ‘문제해결’에서 ‘문제이해’로 지식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를 경험한다. 반면 이론적 지식의 필요조건으로서 논리적 체계를 이해하지만 지식에 대한 가치의 중심을 ‘실천적 유용성’에서 ‘이론적 가치’로 전환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에서 “왜”로 질문의 차원은 변화하지만 현실에 기반을 둔 유용성이라는 일터 경험의 가치는 포기되지는 않는 것이다.
또한 일터의 경험 속에 익숙해진 일기반학습과 학문기반학습이 교섭하면서 습득중심 학습에 대한 이해가 창조적 과정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적으로 전환된다. 일터와 대학원은 실천적 지식과 이론적 지식으로 구분되는 지식의 성격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학습 양식의 존재조건을 가진 공간이다. 두 공간 사이의 이행은 학습주체로 하여금 기존의 학습에 대한 인식과 학습양식 자체를 성찰하며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에 대한 학습경험이 되고 있었다. 또한 학문기반학습을 통해 학문적 문법과 용어에 익숙해지면서 지식에 대한 문해력의 확장을 경험한다. 이는 일터의 경험 속에서 학습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지식의 세계가 이론적 지식의 세계까지 확장되는 것으로 학습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일터에서 대학원으로의 이행과정에서 학습자는 교차영역이라는 이중구속의 상황을 경험한다. 교차영역에서 서로 다른 두 활동체계가 교섭하고, 활동뿐만 아니라 활동체계를 구성하는 이질적인 지식과 학습이 충돌하면서 그 경계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경계 인식을 통해 기존의 경험과 새로운 경험은 활동, 지식, 학습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각각 객체화되고, 그 안에 이질적인 특성이 교섭되고 성찰되면서 어느 한쪽에 온전히 속하지 않은 제3의 성격을 갖는 형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 과정에서 학습주체는 어느 한 곳에 완전히 속하지 않는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으며, 지식과 학습의 측면에서도 새로운 형태로 확장적 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이행이라는 맥락의 변화과정에서 학습자가 경험하는 선행경험과 새로운 활동 경험의 교섭과정을 보고자 하였다. 기존의 연구들이 특정 맥락을 고려하여 그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서 학습경험에 주목하였다면, 이 연구는 이행경험이라는 맥락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학습의 조건에 대한 탐색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둘째, 유동성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성인의 삶을 규정하는 이동경험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정착과 참여, 적응이라는 기존의 학습에 대한 이해는 이행과정이 보다 일상화되는 현실 속에서 성인의 학습을 이해하는데 제한적이다. 사회적 불안정성으로 새롭게 초래되는 이동의 경험이 삶과 학습의 측면에서 갖는 의미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학교교육에서의 학문중심교육이 기존의 학령기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식교육의 가치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면, 이 연구는 학문기반 학습의 의미를 성인의 실질적인 삶의 영역으로 확대하였다. 이는 계속교육으로서 고등교육이 재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업능력개발에 치우쳐 있는 논의의 축을 학문적 경험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기반 학습이 과거와 같이 학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소수 집단의 경험이 아닌 일터 경험을 가진 보편적 성인의 삶 속에서 갖는 의미를 탐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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