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유학생 잡지와 근대소설의 전개과정 : "학지광", "여자계", "삼광"을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서울 : 연세대학교 대학원, 2011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2011. 8
발행연도
2011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the international students magazine of 1910s and development process of modern novel : focused on the "Hajikwang", "Yeojagye", "Samkwang"
형태사항
v, 175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영민
소장기관
본고의 목적은 1910년대 일본에서 발간된 유학생 잡지를 통해 식민지 조선에서 근대적인 문학관의 발생과 근대소설의 전개과정을 탐색함이다. 한국 근대문학사의 오랜 화두 중 하나는 일본을 통해 우리의 근대문학이 성립되었다는 질곡이다. 근대문학의 생성에 있어 서구의 문학을 도달태로 놓고 일본을 거친 서구 문학의 일방적 수용으로 우리의 근대문학이 전개되었다고 보는 입장은 자생적 문학사를 부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기 부정성을 안고 있다.
본고는 1910년대 유학생 잡지에 드러난 지식인들의 사상과 문학관, 당대 문학적 담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 문학사 내부에서 근대문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드러내고자 했다. 한국의 근대문학 형성과 개념을 논하는 자리에서 늘 문제시 되어온 것은 근대문학이 형성,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일본을 통한 서구 문학이 어떠한 형태로 이입되고 영향을 끼쳤는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근대문학의 지형을 그리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서구의 문화와 문학을 접하고 이를 국내에 들여온 초기 유학생들의 사상과 담론장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본고에서 1910년대 ‘유학생’과 ‘유학생 잡지’를 키워드로 놓은 것은 한국의 근대문학 전개과정에서 제국으로서의 일본과 지식매개자로서 유학생에 대한 고찰 속에서 ‘근대’적 문학과 예술에의 기획, 나아가 그 전개과정을 살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학지광』과 『여자계』, 『삼광』은 일본에 의한 검열로 지식의 유통경로가 극히 제한되어있던 조선의 출판사정을 고려해 볼 때 1910년대를 읽는 중요한 텍스트가 됨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동경을 발화대로 한 이들 잡지는 식민지 현실로부터의 거리 두기와 급변하고 있는 당 시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의 확보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더욱이 서구의 지식을 바탕으로 근대사회를 열망하는 지식인들이 다양한 방식의 근대를 기획하고 실천을 꿈꾸었던 장이라는 점에서 더한 의미가 있다.
본고에서는 근대문학의 전개과정을 논하기에 앞서 1910년대 일본 유학의 성격과 유학생 등장이 갖는 의미부터 고찰해 보았다. 봉건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변동기 속에서 서구와 근대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 유학생들의 등장은 새로운 지식인층의 등장을 의미한다. 즉 중세의 신분적 질서가 무너지고 지식이 권력을 의미하는 근대적 지식인이 탄생하는 자리인 것이다. 유학생 잡지에서는 전근대적인 것들과 치열한 인정투쟁을 벌이면서 새로운 세계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유학생들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근대인이 되고자 하는 유학생들의 ‘자기’에의 노력과 그들이 새로운 관계로 정립하는 민족, 사회, 여성에 대한 담론들은 비단 사상의 변천 과정뿐만 아니라 근대적 문학으로 나아가는 경로탐색을 가능케 했다. 예술의 장이 변화하고 새로운 제도로서 문학이 등장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세계관의 변동과 주체의 부상, 개체의 현실에 대한 발견이 맞물려 있는 이 시기에 산출된 문학적 담론과 작품은 당시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동시에 이 땅에서 어떻게 근대적인 문화와 예술이 기획되고 발전해 나아갔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은 지식 장에 젠더가 개입하여 균열을 일으키는 지점이다. 남 ? 여 유학생들은 동일한 지식권력을 누릴 수 없었으며 이러한 지식권력의 편차는 여러 담론의 표출에서 뿐만 아니라 서사에서도 드러난다. 본론의 첫 장에서는 1910년대 일본유학이 갖는 의미와 유학생 잡지발간에 대한 고찰과 함께 지식권력과 젠더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루었다.
본론의 두 번째 장에서 다룬 것은 새로운 주체자로 등장한 유학생들의 자기 확립의 문제와 근대적 문학관의 성립과정이다. 주체의 힘으로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기를 열망하는 유학생들에게 각 개인의 의지와 감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부각된다. 이제 ‘정’은 각 개인이 자율적 행동과 판단을 가능케 하는 도덕기제이자 미적주체로 거듭나는 핵심인자가 된다. 당시 미적 감수성이 분화되고 심미적 개인이 탄생하는데 있어 내면창출 기제로서 ‘정’은 크게 부상하게 된다.
본론의 마지막 장에서는 ‘근대소설’의 등장과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또한 음악잡지 『삼광』을 통해서 ‘근대’ 예술에 대한 유학생들의 기획과 실천을 다루었다. 근대소설의 등장에 있어 본고가 주목한 것은 계몽의 후퇴와 동시에 이루어진 개인적 ‘사실’관계의 서사화이다. 1910년대 변모해가는 소설 개념에서 ‘사실’과 ‘현재’의 문제는 중시되었다. 그러나 서사에서 ‘사실’이 의미 있기 위해서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 차원으로서의 그것이 아닌 진실한 인간 삶을 보여주는 리얼리즘으로서 ‘사실’이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근대 문학 제도가 점차 정착되어가는 1910년대 무렵, 소설은 ‘사실’로서의 실제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점차 리얼리즘으로 발전해 나가는 경로를 밝혀내고자 했다.
1919년 동경에서 홍난파를 중심으로 한 일군의 유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잡지 『삼광』은 예술에 대한 자의식과 근대 문학으로의 진전을 읽어볼 수 있는 텍스트이다. 예술의 자장 안에 음악과 미술, 문학을 배치한 『삼광』은 예술의 기획에 있어 도덕과 정치로부터 점차 벗어나 자율적인 예술관을 중시하는 면모가 나타나 있다. 더욱이 염상섭의 초기 문학관을 살펴볼 수 있는 평론과 소설작품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소설사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는 텍스트이다.
유학생들의 근대 예술, 문학에의 실천 의지는 창작에서 뿐만 아니라 번역물을 통해서도 읽어볼 수 있다. 『학지광』에 실린 번역 소설들은 개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감정의 소소함과 삶의 구체적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근대소설에 대한 유학생들의 이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1910년대 동경에서 발간된 유학생 잡지에 대한 고찰은 당대 지식인의 변동과 사상계의 동향을 읽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의 문화와 예술을 받아들여 우리의 새로운 예술과 문학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유학생들의 실천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문학사의 내부에서 자생적인 근대문학의 경로를 밝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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