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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2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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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51.30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3.4만자, 약 3.7만 단어, A4 약 8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7064749 |
2024년 04월 01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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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 2024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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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19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5월 01일
[과학의 달 EVENT]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4년 04월 01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2023년 08월 04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번역가 이희재의 번역론(?)을 《번역의 탄생》 이후 12년 만에 읽는다. 90은 공감하고, 10은 그렇지 못한 경우 책을 읽은 감상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조금 고민하다 공감과 비공감을 나누기로 했다. 우선은 공감이다.
내가 번역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번역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몇 권의 전공서적을 일부 번역하기는 했지만, 번역이 내 직업이 아니거니와 그 번역도 한국어로 술술 읽히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전공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것이니만큼 목적도 좀 다르다. 내가 번역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우리말을 잘 쓰기 위해서다. 외국말을 우리말로 옮길 때 우리말에 대한 고민이 더 도드라진다고 생각한다. 직역을 위주로 하거나 의역을 위주로 하거나 상관없다. 모두 원저자의 생각과 글을 한국 독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생각한다. 그런 걸 잘 알려주는 번역가 중 한 사람이 이희재다. 그리고 《번역의 모험》에서 역시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이희재는 우선 될 수 있으면 쉼표를 아끼자고 한다. 쉼표는 글의 흐름을 일단 끊는 역할을 하는데 굳이 끊을 필요가 없는 데서도 쉼표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쉼표를 아껴야만 꼭 필요한 순간에 쉼표가 빛을 발한다. 사실 내가 글을 쓸 때도 쉼표가 적지 않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꼭 필요한지 한번 돌이켜 봐야할 부분이다(그러나, 그런데, 그러므로와 같은 말 다음에 쉼표를 쓰는 버릇은 몇 년 전에 버리기 시작했다).
다음으로는 부사를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고 한다(‘모으기’). 대체로는 부사가 작동하는 동사 가까이에 있을 때 문장이 안정되고 명료해진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나서 다시 봤을 때 문장이 어색한 경우가 있는데, 대체로 부사가 제자리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은, 는’과 같은 강조의 의미를 지니는 ‘주제조사’를 제대로 쓰자고 한다(‘찌르기’). 역시 이도 아끼자는 것인데, 아무 데나, 아무 때나 그런 주제조사를 남발하면 정작 강조해야 할 부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허세를 버려야 오히려 글이 힘을 갖는다고 한다(‘낮추기’). 이희재는 예로 ‘어젠다’를 들고 있다. 요새 들어 많이 쓰고 있는 말이다. 그는 agenda가 어떤 말이고,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말에 들어왔는지를 밝히면서 ‘의제’로도 충분한 걸 가짜지식인들이 굳이 어렵게 어젠다라고 쓴다고 지적한다. 그런 예에는 힐링(치유)도, 트라우마(상처)도 포함된다. 어떤 경우에는 외래어를 썼을 때 의미가 분명해지는 말도 분명 있을 테지만, 충분히 우리말로도 그 의미를 나타낼 수 있고, 그 의미가 다르지 않은 경우엔 지양해야 한다.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사이시옷’에 관한 맞춤법 규정에 대해 쓴 부분이다. 아마도 맞춤법 규정은 두 단어를 합쳤을 때 된소리가 난다면 사이시옷을 쓴다고 되어 있는 모양이다. 우리의 맞춤법이 어원주의가 아니라 표음주의를 따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희재의 비판은 그 표음주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냇가’나 ‘깻잎’ 등에서는 이해가 되는 사이시옷이 ‘막냇동생’이나 ‘장맛비’같은 데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동물이나 식물의 분류 단계 중 ‘과(科)’을 쓸 때, ‘소과’, ‘미꾸리과’가 아니라 ‘솟과’, ‘미꾸릿과’가 맞춤법에 맞다고 해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솟과’라고만 바로 나왔을 때 그게 ‘음메’하는 소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바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이희재는 이런 쓸데 없는 규정이 우리말을 쓰고 읽는 데 문턱을 높인다고 본다.
그런데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번역가 이희재는 의역을 선호하는 번역가다. 그래서 ‘원문 그대로 강박이 문장을 망친다’(‘흘려보내기’)고 하거나, ‘원문에서 자유로워야 원문이 산다’(‘살리기’)라고 한다. 나는 의역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역을 하는 경우가 번역서를 우리말로 읽는 데 훨씬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성향이 조금 지나쳐 독자의 수준을 너무 낮추어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은 이런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테니 이를 쉬운 말로 고쳐야 한다에서 더 나아가 이것을 이런 식으로 바꿔 써줘야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다고 번역가가 먼저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그게 의미 상으로는 원저자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독자는 원래의 문장이 어떤지 모르므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는 띄어쓰기다. 이 부분은 나도 왔다 갔다 하는데, 이를테면 ‘natural selection’을 ‘자연 선택’으로 쓸 거냐, ‘자연선택’으로 쓸 거냐 하는 문제에서는 나는 ‘자연선택’이 맞다고 본다. 맞춤법은 ‘자연 선택’에 손을 들어주는데, natural selection이라는 본래 말이 두 단어이기도 하거니와 ‘자연’과 ‘선택’이라는 독립된 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자연선택’은 그 뜻이 하나의 의미로 전달되기 때문에 우리말에서는 붙여써야 맞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대체로 전공자들은 하나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들은 붙여쓰는 걸 선호한다). 그런 경우에는 ‘종교개혁’과 같이 이희재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겠다. 또 ‘흘러내려가다’나 ‘찾아나서다’, ‘실려가다’, ‘의미있는’ 등에 대해서도 이희재의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이다. 근데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는 손을 들기가 꺼려진다. 또 Peter, Paul and Mary라는 포코 그룹의 이름을 ‘피터폴앤메리’라고 하는 것도 그렇다. 나의 경우엔 이게 어떤 논리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감각적인 이유라고밖에 할 수 없는데, 아무튼 그렇다.
이희재는 이 책에서 번역을 이야기했지만, 실은 한국어를 이야기했다. 한국어를 어떻게 하면 문턱이 낮은 말로 써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잘 쓰는 말로 만들 것인가를 번역가부터, 글을 쓰는 사람부터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의 몫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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